경제·금융 정책

[금리에 우는 서민] <1> 10조 이익… '그들만의 금리잔치'

"가계빚 1,000조" 서민 비명 외면… 은행들 앉아서 금리 따먹기<br>CD에 가산금리 붙여 이윤 챙겨… 당국, 문제점 알면서도 속수무책<br>"영업비밀" 내세워 산정기준 감춰… 부담 떠안는 서민들 삶만 '피멍'



SetSectionName(); [금리에 우는 서민] 10조 이익… '그들만의 금리잔치' "가계빚 1,000조" 서민 비명 외면… 은행들 앉아서 금리 따먹기CD에 가산금리 붙여 이윤 챙겨… 당국, 문제점 알면서도 속수무책"영업비밀" 내세워 산정기준 감춰… 부담 떠안는 서민들 삶만 '피멍'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국내 은행은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국내 18개 은행이 벌어들인 돈만 9조4,000억원이었다. 선진 금융회사처럼 대단한 영업 기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대출이자는 많이 받고 예금금리는 적게 준 탓이다. 전년 대비 이자이익만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수신금리는 0.50%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0.08%포인트 올랐다. 전형적인 금리 따먹기 장사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이 밀려오자 한국은행이 기껏 기준금리를 올려도 예금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지고 이 때문에 시장의 금리 체계가 흔들리는 것이다. 은행은 이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지만 정작 부담은 저소득층과 서민이 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부담은 10조원이 늘어난다. 시장의 왜곡된 금리 체계 속에서 은행만 금리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은행의 두 얼굴=은행이 대출ㆍ예금 금리를 정하는 방식을 보면 참 쉽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 정한 룰은 있다. 하지만 워낙 금리산정방식이 복잡하고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예금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당시 은행의 대출 금리를 규정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속된말로 '식물 상태'에 빠졌다. 시장의 거래 빈곤 속에서 금리 체계는 망가졌다. CD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은행이 가만히 있을 조직이 아니다. 은행은 장사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동원한 기법은 바로 가산금리였다. 가산금리를 조정해 이윤을 챙긴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은행의 자금조달 상황을 반영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ㆍ코픽스)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대출의 상당 부분은 CD 연동이다. 국민은행만 해도 대출의 약 40% 이상이 CD 연동상품이다. CD는 최근에도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시중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월에는 기준금리가 오르지도 않았는데 이를 선반영해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은행의 금리 산정 방식은 영업기밀=예금금리의 불투명성은 더 크다. 은행은 시장금리 상황을 감안해 예금기준금리를 정한다. 그러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선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객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막연히 수신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은행은 금융채 금리가 변하지 않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신용등급 AAA인 금융채 금리(1년제)는 10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3.7~3.71%로 횡보하고 있다. 3년제의 경우 16일에는 3.99%로 전날 대비 0.06%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은행권의 논리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고 연 8%대의 특판예금을 팔았지만 수신잔액이 많아지자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고 있어서다. ◇비틀린 금리 체계…가계만 골탕=금리 체계가 망가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은행의 이자놀음에 서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진다는 얘기다. 화려한 이익 잔치에 그늘이 파이고 있는 셈이다. 1억3,000만원 대출에 3,000만원의 예금이 있는 이모씨의 사례는 이런 상황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기준 금리 변화를 포함한 시장 상황을 CD 금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앉아서 손실을 보는 금액만 연간 20만원을 넘어선다. 은행이 CD가 오르면서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자동적으로 반영하는 대신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고 있어서다. 여유자금을 모아 빚을 갚아야 하는 이모씨는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도 서민층은 대출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부문의 이자비용은 0.99% 증가하지만 취약계층은 4.2~5.8%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금리 인상에도 서민층의 부담은 몇 배나 커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1ㆍ4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1,00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이중적인 행태에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라며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과실만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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