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보며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얽힌 여러 가지 의혹이 최근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그 실체를 점차 드러내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예외 규정을 통해 대주주 자격을 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고의로 재조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이 부실화되지 않았고 따라서 자신이 대주주가 될 수도 없는 시점에서부터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는 사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 문제가 완전히 확정되기도 전에 재정경제부 총리가 외국 통신과의 회견에서 론스타에 대한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한 사건 등은 이 매각이 사전 조율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전직 재경부 총리들이 매각 과정에 관련된 회계법인ㆍ법무법인 들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범법행위는 아니지만 보기 좋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일부의 추측대로 매각 이전이나 이후에 불법성 혹은 반합법성 자금이 왔다 갔다 했다면 이는 우리나라 최고 경제관료들의 도덕적 파산선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확히 누가 어떤 일을 했고 누가 범법 행위를 했는가는 감사원의 감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므로 이 자리에서 추측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외환은행 사건은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조급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 관련자들의 범법행위나 도덕성을 떠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사건이다. 왜 기본적으로 은행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는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그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당시에 론스타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그들이 정말 열심히 자격요건을 가진 다른 투자가를 찾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문제는 당사자들의 말을 믿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왜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이라는 대안은 고려해보지 않았는가. 자격 있는 외부 투자가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파산해 경제에 큰 부정적 효과를 끼치는 것이 정말로 걱정됐다면 공적자금을 또 투입해서라도 외환은행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관련자들은 ‘공적자금 조기회수’가 정부 정책인 마당에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공적자금 조기회수라는 정책이 문제이다. 정부의 목표는 공적자금을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더 회수할 것인가가 돼야지 어떻게 하면 빨리 회수할까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론스타 인수 후 외환은행 주가가 5배 뛴 것에 비추어 보면 당시 정부가 외환은행에 공적자금을 더 투입해 정상화시킨 후 지금쯤 그것을 팔았다면 훨씬 더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때 외환은행이 2년 후 그렇게 잘 되리라고 예상 못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지만 론스타는 앞을 내다보았는데 우리 정부 관리들은 왜 그렇지 못했는가 하는 질문을 되던질 수 있다. 결국 빨리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제 값을 못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외환은행의 성급한 매각이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을 팔면서 ‘공적자금 조기회수’라는 구호에 자승자박돼 협상력을 잃고 헐값에 매각한 일이 한 두번이던가. 정부가 요즘 정권의 운을 걸고 추진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조급증으로 일을 그르치는 좋은 예이다. 한미 FTA 가 진정으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그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의회의 제약을 덜 받고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증진 권한이 오는 2007년 6월에 끝나게 돼 있기에 협상시한에 좇기는 것은 미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미국 측 시간표에 맞춰 협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에 더해서 스크린 쿼터,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의약품 가격 책정 등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들을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다 내주고 협상에 임한다. 왜 현 정부는 이렇게 조급증에 시달리는가. 자신의 임기 내에 모든 일을 다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단임제 대통령의 초조함 때문인가. 그것만이 원인이라면 차라리 순수하게 보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방과 민영화를 급행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합법적, 심지어는 비합법적으로 사익을 챙길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조급증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면 이는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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