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3일] 자이언트


[오늘의 경제소사/10월3일] 자이언트 권홍우 1930년 10월3일 오후8시, 텍사스 동부의 한 농장. 지축이 흔들린 후 솟구치는 석유에 하늘이 온통 검게 물들었다. 사람과 자본이 몰려 들어 이듬해 6월, 유정수는 1,000개를 넘어섰다. 생산량 하루 50만배럴. 이전까지 발견된 유전의 5배였다. 초대형 유전에는 ‘블랙 자이언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형유전을 지칭하는 ‘자이언트급 유전’이란 용어가 이때 생겼다.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자이언트’의 제목도 여기서 나왔다. 유전을 찾아낸 주인공은 콜럼버스 조이너. 영화 주인공처럼 방랑벽이 강했지만 70세 나이 때문에 ‘대드 조이너’로 불리던 그를 지역언론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우리를 인도한 제2의 모세’라고 추어올렸다. 조이너의 사인이 들어간 증서는 지역화폐로도 쓰였다. 문제는 공급과잉. 불경기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수요에 석유가 쏟아져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내려갔다. 1930년 배럴당 1달러였던 휘발유 값이 1931년 말에는 생산원가 배럴당 18센트에도 못 미치는 15센트로 떨어졌다. 경쟁격화로 2센트를 받는 업자도 생겨났다. 보다 못한 텍사스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동원해 ‘석유계엄령’을 내리고 생산을 통제한 것도 이 무렵이다. 경쟁의 와중에 동부 텍사스의 유전을 차지한 인물은 해롤드슨 헌트. 조이너에게 133만달러를 주고 개발권을 사들인 헌트 가문은 지금까지 석유업계의 실력자로 남아 있다. 요즘에는 국내석유업체와 해외 유전개발을 공동 추진 중이다. 조이너의 유정에서 뿜기 시작한 텍사스 석유의 덕을 가장 많이 누린 사람들은 조지 부시 가문. 아버지는 1940년대에, 아들은 1970년대 중반에 텍사스에서 석유사업으로 돈을 벌어 정치에 투신, 대를 이어 미국 대통령직에 올랐다. 입력시간 : 2006/10/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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