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재보선에서 또 한번 참패하면서 여권발 정계개편이 가속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단 한 차례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패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여권의 전통적 기반이었던 수도권과 호남이었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은 이번에 기초단체장 4곳(충남 충주, 전남 신안, 전남 화순, 경남 창녕)에서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물론 이번 패배가 당장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내에서는 “재보선 패배는 이미 예상됐던 일로, 새롭지도 않고 충격적이지도 않다”는 자조 섞인 추스림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새 판에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이른바 정계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점에는 당내 이견이 없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패배가 내년 대선 등 정치 일정과 겹치면서 새판짜기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26일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정계개편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은 전남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여당과 대결을 벌였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리, ‘호남 맹주’ 경쟁에서 우위를 굳혔다. 때문에 이 지역의 지지층 흡수가 필수인 열린우리당을 압박하면서 범 여권의 정계개편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표정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당내 일각에서는 여권발 정계개편 논의가 내년 대선에 미칠 파괴력을 예의주시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특히 대선에서는 호남을 껴안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 창녕군수 선거 등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 패한 것은 당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연고도 없는 ‘낙하산’ 후보를 내려보내 무소속 후보에 패한 것은 공천심사위와 지도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며 “계파별 ‘내 사람 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