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을 두고 '자식 같다'고들 하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제 자식이 아니라 제가 이 작품의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돼 전혀 만날 수 없었을 새로운 독자들과 이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면 내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 '엄마 같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48ㆍ사진)이 1년여 만에 귀국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출국했던 신경숙은 지난 4월 '엄마를 부탁해'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번역본 출간 이후의 근황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번역'이란 '여행'이라 생각해요. 나는 한국어로 작품을 썼지만 좋은 번역가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언어로 출간된 작품들과 함께 저에게도 그 나라들을 여행하는 시간들이 주어졌어요. 뜻밖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보고 경험했습니다." 신경숙은 "쉬고 싶어서" 뉴욕으로 떠났지만 4월5일 미국에서 출간된 영문판이 '대박'을 터뜨린 뒤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작품이 새로운 언어로 나올 때마다 저는 그 나라에서 신인 작가가 되는 것이라 긴장되고 기쁘기도 했어요. 끊임없이 기차를 타고 내리고 또 다음 역으로 가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그는 미국에서 아버지뻘인 독자가 친구들과 나눠서 볼 것이라며 가지고 온 27권에 단숨에 사인한 적도 있었고 어머니뻘인 스페인 독자가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시게 해 마음 아팠다'며 후회하는 것도 보았다. 캐나다에서는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린 기자도 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갑작스레 잃어버린 소중한 것에 대한 상실감인데 그 부분에 (나라를 초월해) 많이들 공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해외 독자들의 눈에 비친 한국 문학에 대해 신경숙은 "유럽이나 영어권 문학에 일종의 '피로'를 느낀 이들이 한국 문학이 가진 서사에서 힘을 느끼는 것 같다"며 "유럽 문학에 없던 공동체적 감각, 인간에 대한 공감 등에서 희망과 대안을 찾는 듯했다"고 풀이했다. 작가는 잠시 국내에 체류한 뒤 다음달 7~11일 세계적인 작가 페스티벌인 호주 '브리즈번작가페스티벌(BWF)'에 참가한 뒤 14~19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에는 내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난 1년의 생활이 국경 너머에도 독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꿈을 꾸게 했습니다. 언젠가는 신작에 이번 여행의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죠." 신경숙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미국을 비롯해 영국ㆍ폴란드ㆍ중국ㆍ스페인 등에 판권이 팔렸으며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판권 세일즈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