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TV 단상

1936년 영국의 BBC에서 TV가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70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TV와 관련된 기술과 문화는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첫 방송은 지난 56년의 일이다. 컬러TV가 등장한 것도 80년에야 가능했으니 지금부터 불과 26년 전의 일이다. 이 대목에서 재밌는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컬러TV를 우리 기술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77년이다. 그러나 당시 그 컬러TV는 온전히 미국 수출용이었지 국내에서는 판매가 금지됐었다고 한다. 이유는 지방과의 격차를 고려해서다. 따라서 국내에서 컬러TV가 생산됐지만 국민이 컬러로 방송을 보기 시작한 것은 80년, 3년이나 지난 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ㆍ태국 같은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의 컬러 방송은 늦게 시작됐다. 정책적으로 TV가 차지하는 문화적 파급력과 계층간의 갈등을 그만큼 파괴력 있게 봤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컬러TV가 생겨나면서 우리 국민들은 보이지 않게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방송국에서도 처음으로 색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고 국민이 선호하는 색과 혐오하는 색감에 대한 연구도 비로소 이때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지금 중년층 이상 된 사람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신호등의 3색이 파란색과 빨강색ㆍ노란색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실제 당시 신호등은 초록색이었다. 초록색을 파란색이라고 구분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색감에 대한 구분은 후진국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초록색 신호등을 교과서대로 파란색으로 교체하는 등의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랬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색감에 대해 보다 정밀한 안목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도 색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 등이 가능하게 된 것은 컬러TV 덕분이라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한편 TV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부의 상징이나 계층간 갈등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TV가 또다시 이 같은 논란의 전면에 서게 됐다. 다름 아닌 디지털TV의 보유 여부나 디지털방송의 가입 여부가 예전과 비슷한 격차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컬러TV로 인해 우리 국민의 색에 대한 엄청난 의식 변화를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TV도 역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미 실시간 방송에 익숙했던 시청 행태는 주문형 방송으로 인해 방송시간을 맘대로 즐기는 행태로 변모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쌍방향 방송이 제공하게 될 서비스로 인해 우리 생활에 어떠한 변화가 일게 될지 자못 흥미진진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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