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마영애와 탈북자 인권

요즘 미국 맨해튼에서 한 명의 탈북여성이 주목을 끌고 있다. 뉴저지에 살고 있는 마영애씨로 현재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특이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한 것이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가 미국에 한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한 첫 케이스다. 그래서 일본 니혼TV, 미국의 선지 등이 인터뷰를 했으며 컬럼비아대 학생들도 졸업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그녀를 찾고 있다. 아사히 등 세계 굴지의 신문, 미디어들도 그녀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해외 유수의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북한 인권과 함께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 정부에 제출한 망명 신청서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말라는 국가정보원의 위협, 해외여행과 활동범위의 통제 등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고 살면서 당하는 인권탄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체류하면서 교회 간증과 강연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처절한 삶과 체제를 비판하고 한국 내 탈북자들의 탄압 실태를 폭로한 이유로 한국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여권 갱신도 거부돼 미국 망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70년대 반공이념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영웅’으로 대우받았겠지만 북한과의 체제와 사상 대립이 종식된 현실에서는 ‘한국에서는 없어졌으면 좋을 인물’이 되고 말았다. 마영애의 망명신청은 한국 정부의 인권문제 대응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한국 정부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낼 정도로 국제 사회에서 높은 외교력을 인정받고 북한과의 6자회담 협상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권’ 얘기가 나오면 국제 사회에서 ‘미숙아’가 되고 만다. 한국은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올라올 때마다 기권으로 일관하고 미 의회에서 발효시킨 ‘북한인권법안’에 대해서도 마뜩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걸려 있고 남북한 경제협력이 큰 마찰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 정치외교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자유를 찾아 한국을 찾은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입에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을까.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인권탄압은 한국 정부의 추한 얼굴을 드러내는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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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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