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금융위기] "금리 불문… 달러부터 확보하라"

기업들 움직임<br>해외조달 힘들자 은행창구로 몰려 외화 대출금리 급등<br>항공사 "최악땐 항공기 매각"… 전자·車업종은 '수혜'



“한푼이 아쉬운 판에 조달비용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달러 가뭄이 지속되자 기업들의 외화 유동성에 비상벨이 울렸다. 해외에서의 직접 조달을 꿈도 꿀 수 없는 기업들은 은행 창구만 바라봐야 하는 형편. 중견기업의 한 자금담당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금리를 따져 외화를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은행에서 조금이라도 빌려올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라고 최근의 외환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외화 대출금리 급등=외환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진 7일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국회 재정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연말까지 40억달러를 조달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시장에 달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일상적인 달러 조달 방식은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구매. 그러나 최근의 상황에서는 달러 사기가 쉽지 않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부터 달러 유동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달러 잡기가 더욱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결제자금 등 달러 확보가 시급한 기업들이 은행 대출창구로 몰리면서 외화 대출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만기 외화 대출금리는 최근 신용도에 따라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4.0~5.0%포인트에 달한다. 최근 한달 사이에 가산금리가 1.5%포인트 안팎 급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달러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은 외화대출을 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미국 현지의 대기업들도 미국 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이 불가능할 만큼 달러 구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기업들은 ‘명함’조차 내밀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공사 “최악에는 항공기 매각”=심각한 달러 가뭄 속에 가장 속이 타는 곳은 항공업계와 정유업계 등 달러 결제자금이 많은 업종.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급한 대로 연말까지 외화수급 대책을 세워놓았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할 형편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올해 적자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외환위기 때 같은 상황이 온다면 최악의 경우 비행기를 매각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유사들도 원유 구입자금을 석유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충당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유사들은 회사별로 연간 20억달러 정도는 추가로 빌려와야 하는 상황. 정유업계 자금담당자들은 “달러 거래가 많고 국제신용도가 좋은데도 달러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외화대출 때 금리를 따질 형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자ㆍ자동차 기업은 수익 극대화 나서=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환율 폭등으로 뜻밖의 수혜를 입은 기업도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ㆍ자동차 업종이다. 이들 기업은 보유 중인 외화 유동성 규모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보다 좋은 조건의 운용수단을 고르고 있다. 달러 부족으로 보다 높은 금리에 외화 예금을 유치하려는 은행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외화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의 달러를 받을 때 오버나이트(하루짜리 초단기 외화 차입)를 조건으로 한다”며 “보유 달러를 이용해 수익을 한껏 올리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등 일부 기업들은 외화 수입 중 30%에 달했던 기존의 환헤징 비율을 최근 20%로 낮추고 있다. 환헤지를 하지 않고 외화로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늘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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