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려되는 자위대의 한반도 접근

"한반도 유사시에는 자위대가 (일본인) 구출에 나설 수 있도록 양국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던 지난달 10일, 북한에 억류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 앞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 말이다. 배석했던 내각부 관료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 자위대법을 개정하고 한반도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한국측과 협의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며칠간 일본 정부는 뒷수습을 하느라 분주했다. 여차하면 자위대가 한국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는 간 총리의 발언에 한국의 비난이 빗발치자 관방장관은 이틀 뒤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외무성과 방위성에서도 총리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자위대 파견 발언은 '실언(失言)'으로 치부돼 흐지부지됐다. 그로부터 20일 남짓, 당시 간 총리 발언은 '실언'이 아닌 '실토'였던 것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연이어 터진 중국과 센카쿠 열도 충돌과 러시아와 북방영토 논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빌미로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자국의 군사력을 묶어 왔던 봉인을 슬금슬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연말부터 흘러나온 일본의 '자위권 확대'는 새해 아침에도 화두에 올랐다. 집권 민주당은 자위대를 수시로 해외에 보낼 수 있도록 자위대 파병을 항구 법제화하고 심지어 헌법에서 금지한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외 파병된 일본 자위대가 한국군과 군수물자와 서비스를 상호 제공하도록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도도 일본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대표 보수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의 안보체제 강화를 위해 '60년 된 미ㆍ일안보조약 재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비핵3원칙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대놓고 펼치기 시작했다. 동북아 정세가 지난 한 해 동안 크게 요동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안보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군대에는 씻을 수 없는 '역사'가 있다. 안보 강화를 외치는 일본을, 우리 군대와 손을 잡겠다는 자위대를 우리가 한 번 더 경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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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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