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보산업구조 개선과 정책과제/김성재 한국외국어대 교수(기고)

금융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5대재벌에 대해 기존의 부실보험사를 인수하는 조건하에 생보업진출을 허용하고 6∼10대 재벌에게는 지분제한없이 생보사를 설립, 인수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생명보험시장은 지난 10년간의 신설사 시장진입에 따라 회사수가 33개사에 달하고 대형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시장집중도가 개선되는 등 외견상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부적으로는 다수의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대형 3사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94’회계연도말 기준으로 지급여력이 부족한 7개사가 증자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모두 제재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95회계년도 기준으로 지급여력이 부족한 17개 생보사가 증자명령을 받아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요소인 재무안정성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동안 정부는 「생보사 지급능력에 관한 규정」제정(94년 시행)과 생보사 주주참여 금지대상을 5대재벌로 축소하는 완화조치(96년5월) 등을 통하여 증자 및 경영효율성 제고와 함께 생보산업의 시장구조 개선 움직임을 기대했으나 만족스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실생보사의 향후 수익성이 불확실한데다 자본조달의 어려움, 경영권에 대한 집착등과 함께 정부제재의 엄격성에 대한 의구심이 복합된 결과로 판단된다. 그동안 신설사들은 충분치 못한 자본금을 가지고 다양한 상품을 광범위한 지역에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하여 왔다. 이러한 성장위주 전략은 짧은 기간에 최소 경제규모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반대로 막대한 초기투자와 함께 과다한 사업비 사용을 초래해 영업적자는 물론 현금수지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금수지 위주의 영업은 또다른 과다한 사업비 사용과 부실모집, 높은 해약율, 언더라이팅 부족, 보험분쟁 증가 등 총체적 부실화를 초래했다. 결국 신설사들이 현재의 영업전략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경쟁에서 자생하려면 증자를 통한 재무안정성 확보와 경영효율 향상, 최소 경제규모를 함께 달성해야만 한다. 짧은 기간안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최소 경제규모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합병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신설사간의 합병은 영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시너지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외부인수의 경우 생보산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의 참여를 예상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당장의 지급여력 확보는 물론 앞으로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견딜수 있도록 최소 경제규모 달성에 필요한 자본증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재벌사들의 생보참여 허용조치는 외부인수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한편 인수의사를 가진 회사가 있더라도 인수가격의 도출이 문제가 될 것이다. 또 재벌보험사의 생존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수합병에서 제외된 부실생보사들의 생존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기업들이 제재의 완화를 위한 일부증자나 전부증자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이연자산 규모나 전략적 부조화에 따른 비경제를 고려할 때 구조개선의 문제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경쟁이 고조되는 시장에서 지급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들에게는 현금수지 위주의 경영이 필연적이며 이는 부실의 깊이를 점점 크게 하여 정책적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자생가능성이 없는 부실보험사의 조기정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며 이 경우 필요한 보전금의 크기는 현재 보증보험 기금 적립액을 초과할 것인바 이의 해결이 정부의 초대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생보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확신 제공이다. 신설사 부실화의 상당부분은 성장을 위한 직영조직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고정비 지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판매조직 고정비 감소를 가능케 하는 정부의 정책은 자발적인 증자, 인수, 합병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손보사들도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영업소 및 모집인을 통한 직영판매가 중요한 판매경로로 사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생보사와 손보사가 각각의 직영조직을 가지고 영업하는 것보다는 공동으로 영업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상호 영업조직의 고정비와 연관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장구조 개선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재무안정성 확보와 평균 생산비용 감소를 통한 가격인하에 의한 소비자 복지향상에 있는 바 보험가격과 재무상태에 대한 공시제도 강화를 통한 유효경쟁의 확보와 계열사간 불공정거래 차단 등 시장지배력 증대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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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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