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기초의원 공천제 시행 말아야

지난 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할 당시 광역의회는 정당공천제를 채택했고 기초의회는 정당공천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에 관여하고 있는 의원과 단체장 모두 정치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행정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당공천을 받는다면 당선되는 제반 절차가 곧 정치적인 행위임에도 굳이 정치인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곧 그들의 편의에 의한 억지 분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방의원 당사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왔으며 일반 국민들도 실질적으로는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기초의회 의원들만큼은 굳이 정치인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서는 명목상이나마 직업 정치인들의 숫자를 줄여 자신들의 희소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는 반면, 실질적인 정치적 절차를 밟아야만 가능하도록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오히려 기초의원까지 정당에 소속된 정치행위를 해야만 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실질적 정치인의 숫자를 대폭 늘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납득하기 어렵고 기초의회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다. 지금까지 지방의회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고 그 원인은 자질부족과 노력부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당이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쏟아졌던 게 아니라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기초의원 공천제가 내년 선거부터 시행된다면 그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현실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능력을 떠나 현직 국회의원의 눈에 들어야만 한다. 어떤 이유가 됐든 국회의원은 기초의회까지 확실히 장악해 원격조정을 통한 거수기화가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수준을 감안하면 자명한 일이며 그런 처지에 놓인 기초의회는 존립이유가 없고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폐단이 불 보듯 뻔한 현실에서 이를 강행한다면 분명 국민적 저항으로 정치권이 더욱 신뢰를 잃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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