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강맑실 "디지털 시대에도 명품 종이책 만들 것"

흥행돌풍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 출간 강맑실 사계절 대표


국산 애니메이션의 흥행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작 동화를 출간한 강맑실(55ㆍ사진)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출간 11년을 맞은 올해 초까지 원작 동화는 100만부 판매를 돌파했고 애니메이션 개봉 이후 8만여권이 더 팔렸다. 영화 관객도 18일 오전 146만명을 넘어서 이번주 말에는 15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강 대표는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품의 탄탄한 스토리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투자안목을 꼽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위한 원작에 이어 강 대표는 유아용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극장 개봉 이전에 그림책을 출간했다. 기둥 줄거리는 같지만 미취학아동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림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따왔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력, 그리고 선과 악이라는 가치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한낱 부질없다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이지만 작품의 힘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런 메시지는 고스란히 살아 있다"며 "원화(原畵)보다 주인공 '잎싹'의 눈이 지나치게 강조돼 다소 나약해 보여 스토리의 진지함이 묻혀버린 듯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정지된 책과 달리 눈으로 표정을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사계절출판사는 최근 멀티북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강 대표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 강한 콘텐츠를 멀티북으로 개발한다면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눈물바다' '똥벼락' 등 스테디셀러들을 골라 멀티북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멀티북은 동화책 등 기존의 콘텐츠에 게임ㆍ교육콘텐츠ㆍ동영상 등을 결합한 형식의 책으로 한솔교육의 '구름빵'이 대표적이다.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 사계절출판사는 강 대표의 남편인 김영종씨가 지난 1982년 설립해 출판계에서 밀리언셀러를 내면서도 '사회의식을 담은 책을 내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에는 마르쿠제와 포퍼의 대담집 '혁명이냐 개혁이냐' 등 사회과학서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등 문제작을 출간하면서 진보 지식인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출간하는 책마다 판매금지조치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그는 "출판사 창업을 준비하면서 인문사회과학, 역사, 어린이ㆍ청소년 등 세 분야를 주력분야로 정했다"며 "인문사회과학서를 집중적으로 출간하던 초기에는 진보 지식인들과 젊은 세대의 환영을 받았지만 구소련 체제가 무너지면서 다양성이 요구돼 점차 역사, 어린이ㆍ청소년 분야로 확장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출간한 책의 성격 때문에 그의 이름이 마르크스에서 따왔다는 소문이 한동안 출판계에 나돌 정도였으나 낭설이다. 강 대표는 "연희전문대(연세대의 전신)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제자로 공부했던 부친께서 순 한글 이름을 고집해 지은 이름으로 맑실은 맑은 골짜기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1995년 회사를 맡아 남편이 씨를 뿌린 토양에 꽃을 피워나가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등 밀리언셀러도 적지 않다. 그는 "e북이나 멀티북 등으로 콘텐츠 개발을 해놓으면 여러 하드웨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차 콘텐츠인 종이책"이라며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책의 명품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기획의 차별화, 정확한 수요예측과 마케팅전략 등을 변함없이 더욱 공고히 해 명품 종이책을 만드는 것만이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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