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개항이후 120년간 우리 주택의 변천사

■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임창복 지음, 돌베개 펴냄)


초가와 기와 지붕으로 지어졌던 한국의 전통 주택이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양식 주택으로 변모한 것은 언제일까. 건축학 교수인 저자는 개항 이후 2000년까지 약 120년 동안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변천사를 추적,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하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양식주택이 처음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주택은 1884년께 인천 송학동에 세워진 세창양행 사택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인 카를 볼터가 세창양행의 책임자로 부임하면서 지었던 이 주택은 한국전쟁 중 소실됐다. 선교사들은 한국의 주거문화에 동화하기 위해 '한ㆍ양 절충식 주택'을 주로 지었다. 주요 재료인 벽돌이나 기와는 모두 한국에서 직접 제작한 것을, 창이나 문짝, 마루재 등은 본국에서 들여온 것을 사용하고 지붕구조는 한옥 도편수들이 참여해 짓는 방식이다. 한일 강제병합 이후에는 일식 주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1921년 경성에 건립된 가옥 중 일식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신축 주택의 60%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한식 기와와 구들장, 마루를 가진 한옥은 근대적인 형태로 발전된다. 예컨대 대문 외에 진입 현관이 생기고 남성들의 공간인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가 도입됐으며 도시의 경우 화장실이 주거공간 내부로 들어왔다. 이밖에 1930년대 도시형 한옥, 1960년대 재래식 'ㅋ'자형 주택, 1970년대 불란서 주택과 2층 주택을 거쳐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다세대ㆍ다가구 주택까지 일반 단독 주택의 흐름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주택 변천사에 숨겨진 사회적 변화상을 조목 조목 짚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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