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조업이 흔들린다] 4. "제조업 토대위에 벤처엔진 달자"

산업과 경영현장 종사자들의 평가다. 그들은 또 『중심을 잡아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제조업의 주력업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벤처정책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그러나 벤처 발전이 제조업 성장의 엔진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강하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제조업의 현주소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았다. ◇유한수(兪翰樹)전경련 전무= 최근 정책과 사회분위기는 벤처가 과잉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06년까지 벤처기업들이 흡수할 수 있는 고용인력은 전체 10%미만이라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나머지 90%는 여전히 제조업이 감당해 내야하는게 우리 현실이다. 또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최근 벤처기업들이 갖고 있는 잔기술이 아니다. 예컨대 박막액정화면(TFT-LCD)처럼 조 단위 투자가 병행돼야 하는 큰 기술이다. 제조업체와 벤처는 함께 가야되고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전제로 한 벤처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난해 코스닥 등록을 한 114개업체 대표들의 45%가 전직 대기업 임직원이었다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제조업체서 벤처기업의 산실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벤처지상주의가 나타나면서 최근 제조업체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우수한 기술인력이 그동안 연구성과물은 물론 동료들까지 데리고 떠나가고 있다. 대학가는 기업체 입사를 꺼리고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인력공백현상이 나오고 있다. 차제에 우리 벤처정책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때가 왔다. ◇김수중(金守中) 기아자동차사장= 요즘 제조업체 분위기가 크게 흐트러졌다고 말하는 주변 경영자들이 많다. 일확천금이나 꿈꾸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도대체 업무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서 제조업에 매달려 일할 맛이 나겠는가. 누구나 정보통신, 벤처 하지만 누군가는 산업현장에서 만들어내야 될 것 아닌가. 벤처기업 육성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한번쯤 우리 현실을 짚어봐야 될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너무 편향적인 것은 우려해야 한다. 우리 제조업은 지난 30년간 달려왔으니 이만하면 됐지 않느냐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도 제조업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있지만 자동차, 조선 등 국가기간산업은 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자동차의 예를들면 IMF체제이후 이미 30%나 되는 핵심 부품업체가 외국기업에 넘어갔지만 사회적인 관심권에서 멀어있다. 정보통신, 금융, 벤처만 바라보면서 사회자원을 소진한 뒤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은 후 후회할 때는 이미 늦는다. IMF충격도 당시 모순을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속에 미해결 상태로 놔두다 발생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선 산업연구원장=정부정책이 벤처 편향적이라는 오해는 불식돼야 한다. 벤처육성정책은 곧 제조업을 대체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제조업에 벤처라는 성장엔진을 달아주자는게 최근 정부 벤처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제조업체에서 현재 문제 삼고 어려워 하는 것은 우수인력이 빠져 나간 후 생기는 공백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기존 제조업은 이런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새로운 기업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컨대 스톡옵션,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개발, 끌어안기에 나서야 될 것이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중요하다. 제조업체는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설비와 인력의 아웃소싱,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전략을 추진, 지식집약적인 산업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들이 최근 벤처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런 차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 이직한 전 동료를 「꽤씸하다」「배신자」로 낙인 찍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 이것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직이다. 벤처과열과 이에따른 일부 부작용은 변신초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부정책도 이런 차원서 접근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벤처기업들이 인터넷분야에만 집중돼 있다는 비판도 부품소재, 의료, 생명공학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벤처기업들이 나타나면서 불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화에 두려움을 가져선 않된다. 정리=정승량기자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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