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대한민국 검찰 어이없습니다.”
‘BBK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경준씨가 첫 재판부터 ‘검찰 비난’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까지 불러온 검찰의 ‘회유ㆍ협박설’을 강하게 밀어붙여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씨는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에 대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씨는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회사 인수를 위해 장내에서 매집했기 때문에 주식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내다 팔아서 이익을 남긴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옵셔널벤처스) 직원인 이모씨가 혼자 한 것으로 위조를 지시한 사실도 없고 필요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검사들이 너무 많은 원칙과 대한민국 헌법을 구겨버리고 있다”며 검찰을 겨냥한 폭탄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회유ㆍ협박 때문에 검찰은 특검팀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곧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며 “지금 검찰은 지속적으로 나와 변호인을 소환해 자신들이 받는 회유와 협박을 조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검찰 수사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이 ‘재판은 괜히 하는 것이고 판사는 검사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라고 회유했지만 믿지 않았다”는 말을 해 재판정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는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김기동 부부장 검사 등 5명이 참여했다. 김씨 측에서는 이회창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정술ㆍ홍선식 변호사와 전 국회의원 박찬종 변호사 등 3명의 변호인이 참석했다
넥타이 없는 양복차림으로 재판정에 나타난 김씨는 이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울먹거리거나 어머니가 앉아 있는 방청석을 바라보며 초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수감돼 있어 재판 준비에 차질이 있다”며 보석 허가를 재차 청구했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