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이 23일 금융산업분리의 목표로 'GE 모델'을 제시했다. 금산분리 강화의 최대 타깃이 되고 있는 삼성그룹에 GE식 지배구조를 도입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GE는 산하에 금융회사와 가전ㆍ에너지ㆍ항공ㆍ운송ㆍ헬스케어 등 다양한 사업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 금융산업 복합기업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 축으로 제조업과 금융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과 위상이 비슷하다. 올 1ㆍ4분기 금융업을 포함해 전 계열사에 걸쳐 GE는 355억달러의 매출과 36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GE의 실적을 보면 미국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업영역이 광범위하다.
미국판 문어발식 재벌이 GE지만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모회사인 GE를 정점으로 제조업 자회사들을 직접 지배하고 있고 금융자회사들은 GE가 지분을 100% 보유한 GE캐피탈서비스를 통해 각각 소유하고 있다. GE캐피탈서비스가 금융지주사이자 이날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도입을 주장한 중간지주사인 셈이다.
남 의원이 GE 모델의 핵심으로 본 것도 GE캐피탈서비스다. 남 의원은 "금산 복합체인 GE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지만 제조업과 금융업 사이에 방화벽이 설치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GE는 지난해부터 탄탄한 제조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행도 GE가 제조업 부문 자회사들과 금융자회사들 사이에 지분관계가 없어 이 때문에 양측 간 금융거래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ㆍ삼성생명ㆍ삼성전자ㆍ삼성물산ㆍ삼성카드 등 금융과 제조업 자회사들이 복잡하게 출자관계를 맺고 지급보증 등 금융거래도 활발히 하고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재벌이 계속 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하면서 리스크 관리도 잘할 수 있게 하는 지배구조로 가자는 것이 중간지주사 체제" 라며 "GE가 대표적 사례여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