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ECB·중국 금리인하 이후] 한은도 금리인하 동참 기대… 장기물에 수요 쏠려 내림폭 커져


최근 장ㆍ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국고채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세계 각국의 동시 다발적인 금리 인하에 한국은행도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중ㆍ장기채로의 자금이동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3.23%포인트, 국고채 10년물은 3.52%까지 하락했다. 이로써 국고채 3년물은 국고채 1년물(3.26%)보다 수익률이 떨어진 것은 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25%)보다 낮아졌다. 채권전문가들이 당초 이달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 범위를 3.25~3.45%, 국고채 10년물은 3.55~3.85%로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국고채의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 하락폭도 컸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고채 1년물과 3년물 수익률은 올 들어 각각 0.13%포인트와 0.11%포인트 떨어졌지만 국고채 10년물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낙폭이 큰 0.25%포인트, 20년물은 0.36%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ㆍ장기채로 시중자금의 쏠림이 심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ㆍ4분기 세계경제성장률이 2.1%를 기록하며 지난 1ㆍ4분기(3.4%)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지난달 구매관리지수(PMI)가 최근 7개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미국의 지난달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역시 시장의 전망치(52.0)보다 크게 낮은 49.7을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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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 성장률도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단기물은 트레이딩을 통한 매매 수익을 기대하는 특징이 있는 데 비해 중장기물은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최근 유로존 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로 인해 안정적인 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중장기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중장기 국고채에 대한 투자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과 중국에서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어서 금융당국 역시 금리 인하를 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에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중국 인민은행 역시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지난달에 이어 한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금융당국이 글로벌 정책 공조 기조에 맞춰 기준금리를 3%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떨어지는 등 투자 매력을 상실할 정도인 만큼 금리가 낮아진 만큼 금리인하와 관련된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2000년 이후 국고채 3년물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같거나 낮아진 횟수가 8번 정도 였다”며 “이 가운데 4번이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진 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50% 가량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거래위축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기존 4~5조원 수준에서 최근 3조원대로 크게 떨어진 것처럼 국고채 역시 낮은 금리로 매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혁수 연구원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속도로 낮아져서 국고채의 주요 투자기관인 보험 등에선 일부 역마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등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채권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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