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노사정 위기 타개책(경제를 살리자)

◎선진대국이 바로 저긴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노사정 자기몫 포기 고통분담 동참/경제난 극복 자신감 국민확산 바람/재계 “자본재 국산화 국제수지 개선 총력”/노조 화합바탕 신노사관계 구축 움직임/정부,고비용저효율 타파 구조개혁 가속/규제완화·경영혁신·분규자제 우선과제/인력수급 안정위해 고용체계 개선/반도체산업 구조다각화 “제2도약”/긴축·부도방지 협약 통해 위기관리/정부주도 정책 지양 「시장경제」 정립▷재계◁ 『모든 회원사는 오늘부터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리경제의 위기를 기업이 앞장서서 극복해 나가고 경제적 어려움이 반드시 극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국민들에게 확산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난 4월10일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정례회장단회의를 마친 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재계의 결의사항」을 발표했다. 재계는 이를 계기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대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중견기업까지 연쇄도산하는 등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타개는 경제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경영자총협회, 무협 등 경제단체들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과제들을 발굴,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특히 최종현 전경련회장은 직접 전 회원사에 서한을 발송, 자기혁신과 경영체질 강화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고 국민들에게 다시한번 경제도약의 희망을 불어 넣어줄 것을 호소했다. 또 회원사인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그룹을 비롯한 주요그룹들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전경련은 이를 계기로 조직개편을 단행, 7개 상임위원회와 27개 국별·지역별 경제협력위원회로 새로이 정비하고 자본재 국산화사업과 국가경쟁력 강화사업 등을 전개했다. 전경련은 국재수지적자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자본재 국산화사업을 전개키로 하고 오는 2000년까지 1만94개 품목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경련은 일차로 올해에는 23개 그룹이 1천87개 품목을 국산화해 연간 10억달러의 국제수지 개선효과를 거둘 예정이다. 오는 2000년까지 1만94개 품목이 모두 국산화될 경우 수지적자 개선효과는 1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경련은 또 국가경쟁력 강화사업을 펼쳐 자동차, 섬유, 반도체 등 주요 산업별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초 열린 제 21차 회의에서는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메모리 편중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주변산업과의 균형있는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고 시스템업체와 장비 및 재료업체 등 관련업체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폭넓게 제시했다. 또 오는 2005년까지 기초, 기반기술 수요를 제시하는 총체적 장기기술 발전계획이 민·관협력하에 수립,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전경련은 이 외에 대·중소기업 협력사업도 전개해 중소기업연구원에 50억원을 지원하고 대구 섬유센터건립에 5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신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발 자동화기계를 개발해 중소업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는 기업인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계는 경기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노사갈등을 겪을 경우 경제살리기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이에따라 선진국형 노사관계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했다. 재계는 우선 노사분규의 예방과 조기해결을 위한 합리적 노무관리 체계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불법 노사분규를 예방하고 준법적 노사관계의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건전한 기업윤리의식 함양과 자율적 노사관계의 기반구축을 통해 노사협력과 산업평화 기반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산업인력의 수급안정을 위해 인력정책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용정책 및 고용관리의 선진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산재예방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근로자 보호와 근로복지 증진 등 인간존중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업의 인력관리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고용관리 체계의 개선방안을 연구하는 등 효율적인 인력개발 체제의 구축과 과학적인 인적자원 관리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인사조직관리 전문가 연수를 통한 기업의 인력개발지원 사업 등 기업의 경영혁신과 인재개발 지원을 위한 교육연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및 국제노동단체, 사용자기구와의 국제협력과 국내 노사관계의 위상 제고를 위한 홍보 및 국제협력사업 등으로 민간 노동외교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범국민 캠페인 전개를 통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국민적 분위기 성숙에 주력했다. 상의는 지난6월 김상하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이 모여 「경제를 살립시다」를 주제로 가두캠패인을 벌인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청과 기업은행이 추진하는 「중소기업 사랑통장」갖기 운동을 전개했다. 상의는 이와함께 「경제를 살리자」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 노·사·정이 한마음이 되어 경제살리기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기아사태를 계기로 지방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주요 기업별로도 대대적인 경제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삼성, 현대, LG, 대우 등 30대 그룹은 ▲일더하기 ▲생산성향상 ▲비용절감 ▲구조조정 ▲국제수지 적자개선 ▲근검절약 등의 실천방안을 내놓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전개했다. 삼성그룹은 오는 99년까지 3년동안 30%의 비용을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한 「3·30」운동을 추진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내가 먼저」캠패인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특히 불요불급한 수입을 최대한 억제해 올해 수출 2백30억달러를 달성하고 무역흑자 1백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그룹은 올해 무역흑자 1백31억달러를 목표로 내세웠으며 기술개발 투자를 10% 늘리고 한계사업의 중소기업 이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는 또 원가는 10% 낮추고 생산성은 10%를 높이는 것을 내용으로 한 「10·10」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LG그룹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천만원 이하의 거래를 하고 있는 1만3천여업체에 대해서는 현금결제를 하고 한계에 달한 90개 품목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사업구조조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그룹은 오는 2000년까지 임원 인건비 총액을 50% 줄여 조정키로 했다.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소비재 수입을 중단하고 올해 수출목표도 당초 1백50억달러에서 1백60억달로 상향조정했다. 또 선경그룹은 일반경비 20% 절감운동을 전개하고 전임직원의 출장시 비행기 좌석을 한 등급씩 낮추는 비용절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쌍룡그룹은 3백16개 중소기업에 대해 신규차종 공동기술 지도와 스탬핑 업체에 대한 기술지도 등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들 외에 한진그룹은 사치성 소비재 수입을 중단키로 했으며 한화그룹은 생산성·가동율을 10% 높이고 원가는 10% 줄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금호·한나·동아·두산그룹 등은 장기불황에 대응해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정보통신, 금융업 등으로의 신규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이같은 경제살리기 운동은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이에따라 정부에 대해서는 이같은 운동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완화와 금리안정 등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임금인상의 자제와 일 더하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민병호·채수종 기자> ▷노동계◁ 지난 3월13일 새 노동법이 여·야 합의에 의해 제정, 시행된지 4개월여 지나면서 노사관계와 고용환경에 커다란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법개정 과정에서 문제해결이 아닌 절충에 치우쳤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 이른바 자율과 책임위에서 참여와 협력의 21세기를 준비하자는 새노동법의 정신이 산업현장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새노동법 정신은 한보, 진로, 기아사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리면서 산업현장에 보다 쉽게 뿌리를 내릴수 있는 여건을 맞고 있다. 새 노동법 시행이후 산업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노사관계체질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대기업마저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임금교섭 관행과 함께 「회사와 경제를 살리자」는 노사화합의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들어 무쟁의·무파업·생산성 향상 등 노사협력 결의대회를 실시한 업체수는 3백개업체(근로자 30여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노사화합을 위한 행사에도 23회에 걸쳐 8천1백여명의 근로자가 참여했다. 또 올해는 정부가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임금인상률이 통상임금기준 4.1%로 전년동기 7.7%의 절반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인상 대신 고용안정을 선택하는 새로운 교섭관행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금동결은 5백78개소로 전년동기 1백48개소에 비해 3.9배, 무교섭타결은 1백91개소로 전년동기 35개소보다 5.4배나 증가, 노사공동으로 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힙입어 올해 노사분규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지난달 28일 현재 58건으로 지난해 동기와 같으나 분규참가자 및 근로손실일은 각각 3분의1수준으로 감소했다. 분규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쟁의조정신청 건수도 전년동기의 60%선에 머물러 전반적으로 노사관계 안정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는 올해 발생한 노사분규 가운데 그동안 자주 등장했던 폭력·파괴 및 생산시설 점거등 불법쟁의행위가 단 한건도 없이 평화적인 쟁의행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대형사업장 가운데 노사분규를 심하게 겪었던 만도기계의 경우, 한쪽에서는 일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 농성을 벌이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노사문화를 선보였다. 불법쟁의행위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조정전치제도의 도입에 따라 노사양측이 노동위원회의 절차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던 과거와는 달리 조정과정에 성실히 참여,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 시설의 점거를 비롯한 조업방해 등을 금지하는 쟁의행위의 제한규정을 신설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개정법이 「사용자는 쟁의기간중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명문화한 것도 그동안의 무분별한 쟁의행위를 크게 누그러 뜨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쟁의기간중 임금지급을 목적으로 한 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까지 두었기 때문이다. 세째는 개정법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노동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의 높아져 노동위원회가 노사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근로자위원으로 한국노총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계열 가운데 합법적으로 설립신고된 노조도 참여, 2백40명의 근로자위원중 71명이 민노총 계열이다. 지난 3년간 한건의 쟁의조정도 성사시키지 못했던 중앙노동위원회가 올해는 대한방직협회와 섬유노련간의 쟁의조정을 성사시킨데 이어 서울지하철, 한양대병원 등의 분규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 예년과 큰 대조를 보였다. 네째, 산업현장에서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혁의 바람은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 상급단체에 한해 복수노조를 허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은 한국로총(위원장 박인상)이 유일한 합법적 상급단체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던 지금의 노동계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지난해 12월26일 노동법 기습처리와 관련, 노동계 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로총(위원장 권영길)이 그동안 법외단체에서 합법단체로 인정받아 제도권에 집입함으로써 양대 노총간의 세력확대를 위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급단체의 결사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면서 지난달까지 11개의 상급노동단체가 새로 설립돼, 본격적인 복수노조시대에 진입했다. 여기에는 노총계열의 공공서비스노련과 아파트노련을 비롯, 민노총계열의 민주화학, 화물운송, 시설관리, 자동차산업, 민주금융, 민주철도지하철, 민주택시노련, 그리고 중립노선의 상업노련과 정부투자기관노련 등 모두 11개단체가 포함돼있다. 특히 현재 행정심판이 계류중인 민노총 설립신고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8월초에는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민주금속, 현총련 등 노동계의 조직재편 방향이 8∼9월중에는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게다가 현재 석유화학, 화섬, 버스업종에서도 별도의 연맹설립을 준비하는 등 조직재편 움직임이 활발해 상급노동단체의 증가는 노총과 민노총간의 경쟁을 넘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 및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복수노조의 탄생과 더불어 산업현장에는 노사자율에 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변형근로제)를 도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25개사업장에서 토요격주휴무제등 단순형태(2주단위)를 도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나 경남 창원시 소재 특수밸브제조업체인 범한금속은 노사 서면합의를 통해 1개월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도입,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노사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데다 임금저하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해소됨에 따라 업종별, 사업장별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증가할 전망이다. 여섯째, 퇴직금 중간청산제를 도입하는 업체가 금융업을 중심으로 증가, 현재까지 모두 96개 사업장에 달하고 있으며 이 제도는 노사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목돈을 마련하려는 근로자의 필요와 퇴직금 누적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앞으로 퇴직금 중간청산제는 더 많은 사업장에서 활용할 전망이다. 실제 동원증권은 지난 4월 전체근로자의 32.4%인 3백57명이 중간청산을 청구, 1백88억원의 정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현장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회통념상 인정되기 어려운 과도한 인원을 협상지원자로 신고하고 관련 사업장의 정문 등에서 집회·시위 등을 함으로써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104개 사업장에서 25만3천4백84명이 지원자로 신고가 된 상태다. 인천소재 동흥전기 노조의 경우 조합원이 3백30명이나 8만4천5백60명에 대해 지원 신고를 해 상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조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 전임자 급여지원, 무노동 무임금, 해고자 복직, 사회개혁요구 등을 둘러싸고 아직 일부 사업장에서 노사간 논란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도 앞으로 남은 해결과제다. 노사간 불신과 갈등, 대립 등 우물안 개구리식 노사관계의 피해자는 결국 노사 그리고 우리 경제일 수밖에 없다.<최영규 기자> ▷정부◁ 정부는 경제난극복을 위해 「단기적인 위기관리」와 「장기적인 구조개혁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장단기대책 모두 정부, 기업, 근로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므로 정부 스스로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한다는 입장이다. 단기대책은 기초체력배양을 위한 경제안정기조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확대에 따른 외환위기, 재벌그룹의 연쇄부도에 따른 자금시장불안 등 각종 불안요인이 증폭돼 경제활동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예방하고 구조개혁의 토대를 다지자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긴축을 안정정책의 첫단추로 삼았다. 올해 세수, 세출예산을 2조원 절감했다. 이를 통해 소비를 줄여 경상수지적자폭을 감축하고 물가안정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다. 내년예산도 올해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도 불구하고 초긴축적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외환자유화확대 및 주식시장조기개방으로 환율이 안정되고 경상적자폭도 감축됨에 따라 외환위기를 일단 진정시켰다. 자금시장불안은 부도방지협약을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악성루머에 휘말려 건실한 기업들이 부도나는 것을 방지하고 일정기간동안 자구노력을 통한 회생기회를 부여, 자기책임아래 활로를 모색토록 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등 대외개방에 따라 과거처럼 정부가 금융, 세제혜택으로 개별기업을 살릴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차선책이라는 설명이다. 또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단기안정책이 자기책임아래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경제만들기」라는 구조개혁의 기본정신에 어긋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난의 근본원인이 정부주도 성장기에 고착화된 국가경제전반의 고비용.저효율구조에 기인하는데 개별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무분별한 정부지원은 이를 확대재생산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기책임」이란 원칙이 무너지고 정부에 기대기만 하는 타성이 반복될 경우 경쟁력회복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아에 대한 지원요청에도 불구하고 선자구노력 후정부지원검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의 초점은 「시장만들기」로 요약된다. 고임금, 고지가, 고금리 등 생산요소시장의 고비용구조개선과 과다한 행정규제, 기업경영체제의 낙후성 등 저효율구조의 개혁에 모아지고 있다. 노동개혁, 금융개혁, 규제개혁, 기업지배구조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의 촛점이 모두 「반시장적인 요소」를 제거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 기업, 근로자들에게 자기 몫의 포기와 관계재정립을 요청한다. 노동시장유연성확대는 근로자들에게 고용불안을 가져다 준다. 기업경영투명성확대정책과 차입경영개선대책은 은행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로 성장해온 재벌그룹계열기업에 대해 개별기업별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 정부 스스로도 자리매김을 다시하고 있다. 선수나 감독으로 경기에 직접참여하지 않고 룰을 만들고 지키도록 유도하는 심판이 되겠다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경제를 방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육성, 지방경제활성화, 경쟁촉진정책 등 경제의 새싹을 만들고 잘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설계자로서의 역할은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달라진 정부기능으로 차기정권에서는 대폭적인 정부조직개편도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기업, 근로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성장을 위한 껍질벗기로 이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경제의 구조가 개선될 경우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의 부실기업의 도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개별기업과 기업의 근로자들이 위기를 자각하고 생존의 길을 모색하라는 경고에 다름아니다. 부실기업의 퇴출에 따라 나타날 금융기관부실화와 금융기관퇴출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예금자보호장치와 부실채권정리장치를 강화해 놓았다. 금융개혁작업을 통해 금융기관진입제한을 완화하고 업종겸업화를 확대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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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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