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거나 '대형·경차의 질주'

5000만원 이상 수입차 상반기 판매 5.4%P 급증<br>경차 모닝 2개월 기다려야… "소득 양극화 반영" 분석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근길에 주로 이용하는 명차 롤스로이스. 국내 출시 모델 중 가장 저렴한 '고스트'가 4억3,000만원, 윗등급인 '팬텀'은 7억~8억원에 달한다. 올해 롤스로이스는 이 차를 국내 시장에서만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4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7억원짜리 롤스로스이 한대 값이면 70대를 살 수 있는 대당 1,000만원 안팎인 경차의 인기도 뜨겁다. 지난 상반기 경차는 9만2,000여대가 팔려 등급별 판매비중이 처음으로 15%를 넘어섰다. 국내 자동차시장에도 '양극화' 조짐이 일고 있다. '엄청 비싸거나 아니면 아주 값싼' 차들의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5,000만원 이상 가격대의 차량은 총 2만9,025대로 전년 대비 5.4%포인트 증가한 56.8%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상반기 동안 판매한 준대형ㆍ중형 차량도 11만2,927대로 전체 차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3%에서 18.5%로 늘었다. 준대형 이상 차량의 가격은 평균 3,00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들도 '적당한' 가격대의 모델보다는 '조금 더 비싼' 차 위주로 팔렸다는 의미다. 고가 모델의 인기가 더 높아지자 자동차업계는 이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포츠 세단인 CLS 모델 중에서도 1억5,000만원이 넘는 63 AMG를 출시했고 아우디는 8,000만원을 웃도는 A7을 들여왔다. 이들 차량이 소수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모델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어떤 차를 들여와도 한국시장에서 팔린다'는 확신이 섰다는 얘기다. 심지어 가장 싼 모델의 가격이 3억원대인 람보르기니가 다양한 신차 출시로 한국시장 확대에 나섰고 폴 해리스 롤스로이스 아태지역 대표는 "한국은 기회의 땅"이라며 성장을 자신했다. 반면 대당 가격이 850만~1,300만원 수준인 경차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판매대수는 9만2,105대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경차 모닝은 아직도 계약 후 2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시장의 이 같은 현상도 최근 국내경제의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소득 양극화'로 해석하고 있다. 상ㆍ하위 각 20% 계층의 소득격차가 45배에 달하는 심각한 불균형이 자동차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를 비롯한 고가 차량의 판매증대는 업계의 치밀한 마케팅과 함께 소득 상위층의 가용자금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며 "부의 편중이 지속되면 자동차업계는 고급 모델의 다양한 라인업과 가격정책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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