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모호해진 한은 총재 발언으로 충격

■ 금리 동결…허찔린 시장<br>"금리 정상화, 빠른 시간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br>부동산 시장 등 고려 기존 입장서 크게 후퇴<br>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도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금리를 이번에 올리지 않은 것이 '쇼크'가 아니라 한국은행 총재 입장이 갑자기 모호해진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9일 하루 종일 채권 시장은 쇼크였다. 한은이 예상 밖에 금리를 동결한 것보다 더 주요한 원인은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이었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정상화로 가는데 빠른 시간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현재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 아니다" 라며 금리 정상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김 총재는 재차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은 되풀이했다. 연내 한번 정도,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올릴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 추석 등 국내 미시적 상황 고려 된 듯 = 한은의 주된 금리 동결 이유는'대외적인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김 총재는 "더블딥 우려는 없다"면서도 "유럽국가의 재정문제,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위험 등으로 세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다소 증대됐다"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경기가 하강하면서 한국경제도 완만한 둔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세계 경제 둔화 폭을 봐가면서 금리 인상을 해도 늦지 않다고 금통위원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외요인 외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추석과 같은 국내의 미시적 요소도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을 포함한 미시적인 정책을 내놓고 시장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거시정책을 쓸 경우 정책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김 총재도 "특정 정책을 염두하지는 않지만 경제의 대내외적인 모든 여건을 검토한다", "의사결정시 부동산 가격 변동을 본다"고 말해 부동산 시장을 고려했슴을 시사했다. ◇"잘못된 시그널" VS "시장이 잘못 읽어" = 문제는 한은 총재와 시장과의 소통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은 김 총재가 최근까지도 잦은 강연을 통해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물가 우려를 표하면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금리가 동결하자 투자자들이 뒷통수를 얻어맞은 양 부랴부랴 채권 매수에 나섰고, 예상밖의 금리 급락세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 총재는 "시그널을 잘못 준 게 아니다. 금리 정상화 기조는 정해진 가운데 결정을 매달매달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언제 일어날 지를 자세하게 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한은 총재의 시그널에 대해서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채권 펀드매니저는 "앞으로는 한은보다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의 경기 인식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거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연내 금리 인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한차례 인상 전망이 아직은 지배적이지만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임지원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한 10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석원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통위 결정으로 통화정책의 시계가 굉장히 짧아졌다"며 "금통위가 열리는 즈음의 글로벌 경기를 살펴야 할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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