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안감독 액션작품 잇달아 개봉

이안감독 액션작품 잇달아 개봉환상적 무협 영상멜로물 '와호장룡' 남부군 게릴라 청년 정체성 '라이드...' 동성애를 다룬 「결혼피로연」에서부터 붕괴된 가족을 그린 「아이스 스톰」, 그리고 「센스 앤 센서빌리티」등을 연출한 이안 감독의 두 액션물 신작이 한주차로 잇달아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주윤발 주연의 무협「와호장룡」(19일 개봉)과 남부군 게릴라 청년들을 소재로 한 「라이드 위드 데블」(26일 개봉)이 그것이다. 그의 스크린 행보는 동서양과 시대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가운데 구태나 반복마저 용납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선사해,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동양계 감독 중 가장 왕성한 연출력을 보이는 주자로 꼽히고 있다. 「와호장룡」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라는 의미의 고대 중국인들의 속담이다. 영화는 진정한 영웅이기에 사랑을 잃을 수밖에 없는 네 명의 무사들을 중심으로 한 무협멜로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느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외로운 무사(주윤발), 그리고 그를 사랑하기때문에 많은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여전사(양자경), 그리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다른 남(장진)과 여(장지이). 이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정갈하고 고요한 영상을 통해 애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보여져왔던 일반 무협물과 달리 색다름이 있다면, 피아노줄을 이용해 주윤발과 장지이가 대나무밭에서 펼치는 결투신. 바람에 날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대나무줄기에 메달려 치열한 싸움을 벌여서 그런지 수만그루의 대나무가 흐느적거리는 모습과 이리저리 대나무 줄기로 옮기며 벌이는 검투신은 환상적일 정도로 매혹적이다. 한편 「라이드 위드 데블」은 남북전쟁 당시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누비며 북부군과 피비린내나는 전투를 벌였던 남부군 게릴라 청년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독일계 이민자인 19살난 제이크(토비 맥과이어)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전통적인 남부인 잭(스킷 울리히)은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혹은 남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남부군 게릴라부대인 「부쉬웨커스」의 일원이 된다. 미국 캔자스 미저리 지역의 광활한 대륙에서 수백 필의 말이 동원된 가운데 벌이는 남부군과 북부군의 리얼한 총격전, 그리고 세트대신 폐허가 된 마을을 통째 빌려 「로렌스 학살」을 재현한 장면 등이 영화의 스케일을 받쳐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시선은 스펙터클한 액션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져 있다. 독일인이면서도 남부에서 자라 그곳의 전통을 익히고 남부군을 위해 싸우는 청년 제이크와 자신을 노예가 아닌 진정한 친구로서 대해준 백인 친구를 위해 노예제도를 지지하는 남부군의 편에 서서 싸운 흑인 노예 홀트(제프리 라이트). 모순된, 혹은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이 영화는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백인 친구가 죽는 순간에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해방감을 맛봤다는 흑인 홀트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남부군 게릴라」를 가리키는 말인 「데블」은 인간 내면 속에 잠재돼 있는 「악마성」을 뜻하기도 한다.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장의 한 가운데서 같은 편끼리 총구를 겨누는가 하면 살인 그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인간의 숨겨져 있던 악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입력시간 2000/08/14 18:4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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