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8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3>가업승계 가로막는 상속세

"상속세 폭탄에 아예 회사 정리할판"<br>세율 美·獨등과 비슷하지만 과세구간 큰 차이<br>개편 세제안도 稅혜택 자격요건 지나치게 엄격<br>일반기업과 가업승계 기업 구분 정책적 지원을


#인천 남동공단 소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A사는 지난해말 가업승계를 통해 젊은 2세가 최고경영자(CEO)가 취임과 동시에 생산라인 일부의 기계를 매각했다. 상속세를 낼 수 있는 현금이 충분지 않아 이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다팔 것이다. 이 때문에 A사는 올해 직원들을 10% 이상 줄여야 하고 생산규모도 30% 정도 축소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이 회사 B사장은 "상속세 내기가 힘들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불가피하게 회사 자산을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했다"며 중기 상속세율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시화공단에 PCB제조업체 C사 D사장은 지난해 초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다가 포기했다. 창업한 지 30여년이 넘은 장수기업으로 매출 200억원의 견실한 회사로 성장시켰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를 끝으로 회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업 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 D사장은 "대기업 달리 중소기업은 현금보유가 힘들어 상속세를 내기가 무척이나 벅차다"며 "정부가 중기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속세 부담은 중소기업들이 기업활동에 있어 가장 고민하는 경영애로 중의 하나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원활한 가업승계가 될 수 있도록 상속세 완화를 요구할 만큼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중소기업정책으로 꼽힌다. 상속세를 내지 못해 사업용 자산을 매각하거나 아예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정리하는 것은 이미 산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이에 중소기업인 대다수는 해외 선진국들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상속세율을 완화하거나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꾸준히 확대해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이제 겨우 가업승계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된 초보 단계에 그쳐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2세 상속을 원하는 대다수 중소 기업들의 고충을 반영했다며 지난해 8월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게 지배적 분위기다. 그 가운데 2000년부터 적용돼온 높은 세율과 과세구간은 전혀 조정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50%가 적용돼 미국과 독일,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똑 같은 세율이라는 우리나라는 30억원 이상을 상속하는 모든 경우가 해당되지만 독일의 경우 306억원 이상을 상속해야 세율 50%가 적용된다. 30~50억원을 상속할 때는 19~34%의 상속세를 과세하게 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25년간 전자부품업체를 운영하는 E사장은 "주변에서 있는 업체들 사장들이 경영권승계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최근 2~3년간 부쩍 늘어났다"며 "개편된 세제안의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하는 업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개편된 세제안은 기업상속 공제금액을 2억원 또는 가업상속재산가액의 20%(30억원 한도) 중 큰 금액을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해당기업을 15년 이상 운영해야 하고 공제혜택을 받은 뒤 최대 10년간 종업원 수 10% 이상을 줄일 수 없다. 중기업계는 결국 해외 선진국들과 동일한 수준의 상속세 감면만이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지속적인 고용기회를 창출해 결국 제2의 창업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정책적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업승계 인증기업과 일반기업 등으로 이원화된 세제 혜택을 부여해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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