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주총전략 달라졌다

엄한 선생님 앞에 선 중고생의 다짐이 아니다. 올해 주주총회를 맞이하는 대기업들의 각오다.4대 그룹 계열 표적기업들은 참여연대가 이끄는 소액주주 운동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주총 날짜를 하루에 몰아잡았던 최근 수년간의 전략에서 탈피, 올해는 각각 다른 날짜를 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참여연대가 타깃으로 삼은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데이콤·SK텔레콤 등 4개사. 지난 2일 현재까지 주총일정을 확정한 272개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인 147개사 가 주총일을 오는 17일로 정한 가운데 타깃이 된 이들 기업들은 1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17일 SK텔레콤, 22일 데이콤, 24일 현대중공업 등 모두 다른 날짜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와 지난 98년에는 모두 같은 날 주총을 열어 참여연대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꼼수」를 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다. 데이콤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주총을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들에게 충분히 참여기회를 주고 건설적인 대화를 가지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판단, 독자적으로 주총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들의 질의에 가능한 한 성실하게 답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회사 내 형성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1박2일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발언기회를 주고 성실한 답변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험(?)자세는 지난 2년간 이미 참여연대의 공격에 어느 정도 단련됐고 올해는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나아가 이번 주총에서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의 예봉을 꺾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자금거래 규모가 자본금(8천600억원)의 10% 이상일 때만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던 종전 규정 대신 100억원 이상의 내부자금거래부터 반드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수를 전체 이사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집중투표제 유예기간을 연장하려는 SK텔레콤 정관개정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현대중공업과 데이콤에 대해서는 경영투명성 제고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에 대해선 주총 의안을 확정하는 대로 요구안을 내는 등 이번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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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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