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게임도 OST바람

신해철·김정민등 노래 음악팬들에 좋은 반응 만일 석양에 묻힌 타이타닉호 뱃머리의 두 남녀를 휘감던 셀린 디옹의 노래가 없었다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됐을까. 익명의 군중을 헤치며 여가수를 안고 나가던 보디가드의 로맨스가 아니었다면 휘트니 휴스턴의 음반은 과연 몇장이나 팔렸을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다. 하루가 다르게 영화의 퀄리티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게임에 있어서도 그 영향력은 마찬가지다. 제작비가 수십억원씩 투입되는 블록버스터형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푸대접받던 게임 OST도 어느새 `변방의 역사`를 벗어나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 최근 한 음반회사가 `게임음악 전문`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년 전통의 `뼈대있는` 음반사인 덕윤산업은 프로듀서부터 사운드 디자이너까지의 풍부한 인력과 세계적 수준의 음향시설ㆍ장비를 내걸고 게임업체 잡기에 나섰다. 액토즈소프트의 성인용 온라인게임 `A3`(엄정화)나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10`(이수영) 등 인기가수가 OST에 참여했던 게임들이 분위기를 잡아준 게 그 배경이다. 빠듯한 예산에 고민해왔던 게임업체들도 주머니를 선뜻 열고 음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가수 신해철의 OST 참여로 최근 화제를 모은 PS2용 게임 `길티기어 이그젝스`는 이러한 흐름의 결정판이다. 오는 6월 발매될 이 게임의 OST에는 신해철이 새로 작곡한 40여곡이 그룹 넥스트의 연주로 수록된다. 신해철의 음악에 굶주려있는 마니아들에게는 군침이 돌 만 하다. 게임을 즐기던 가수가 자발적으로 게임음악에 참여한 경우도 있다. 최근 온라인게임 `드로이얀 온라인`의 주제가 `내가 가는 길`을 자신의 6집앨범에 수록한 김정민이 그 주인공. 지금도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김정민은 레벨 100이 넘는 초고수로, 게임 속 김정민을 만나기 위해 드로이얀 속을 헤매는 팬들도 많다. 지난 7일 출시된 무협 롤플레잉게임 `천랑열전`은 30곡이 수록된 OST를 `팬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한다. 10년간 게임음악만 전문으로 해온 사운드템프와 언더그라운드 가수 `아린`의 작품으로, 특히 여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주제곡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곡가 3명과 별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게임음악에 많은 공을 들여온 개발사 소프트맥스의 관계자는 "게임음악은 게임을 깊이 이해하는 음악인이 만들 때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일본에 비하면 아직 초라하지만 국내 게임음악도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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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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