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비스 비자금 대선자금으로 불똥튀나

검찰, 대선자금 재조사로 'MK면죄부' 논란 정리할듯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글로비스 비자금이 2002년 당시 대선자금과 관련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건이 정치권에서 나와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대선자금 쪽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2003∼2004년 당시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한나라당이 2004년 4월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점에 비춰 이번 수사가5.31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록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0일 당 지도부에 보고한 `김재록 로비의혹과 관련된 현대차 비자금 수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글로비스 비밀금고에 남아있던 69억원은 대선자금을 쓰고 남은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 조사를 받은 글로비스 전(前)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이 문건에는 "69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다. 금고는 대선자금 관리를 위해 만들었고 용처는 모르며 차에 싣는 행위까지만 했다. 트럭 두 대 분량이다"는 진술이 포함돼있다. 이같은 진술을 한 글로비스 전 직원은 "검찰이 대선자금으로 비자금이 쓰인 것을 알고 있고 질문을 해왔다"는 말을 글로비스 회사 관계자에게 털어놓았다고 이 문건에 기재돼있다. 이는 2002년 대선 때 제공된 현대차 비자금이 대선자금 수사 당시 드러난 100억원보다 훨씬 많거나 노무현 후보 캠프 쪽에 유입된 돈 규모도 검찰 수사에서 파악된것보다 클 개연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선자금 수사 때는 현대차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100억원, 노 캠프에6억6천만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고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비자금조성과 집행을 총괄한 인물로 지목돼 처벌받았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에 건네진 100억원중 20억원은 현대캐피탈이 1998년부터자동차 할부와 관련된 공증수수료 중 일부를 모아 조성한 것으로, 나머지 80억원은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관리했던 자금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80억원 중에는 계열사를 통해 관행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포함돼있었고정주영 명예회장이 2001년 3월 타계한 이후에는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자금을 관리했다는 점 때문에 이런 수사 결론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동진 부회장이 정주영 회장의 돈을 관리하면서 정몽구 회장에게 아무런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이유로 정몽구 회장을 처벌하지 않아 `미완성의 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때문에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그룹 비자금 조성 및 사용에관여한 확실한 물증을 잡고 자신있게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고, 대선자금 수사 때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추론이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된 이상 검찰이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되짚어볼 가능성이 있고 지난번 대선자금 수사 때 제기된 `정몽구회장 면죄부 논란'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 문건에 "글로비스 관계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검찰 수사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들었다. 윗선에서 카드로 알아서 쓰지 않겠느냐'고 밝힘"이라고 씌어있는 부분은 문건의 신빙성 논란의 여지가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공방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검찰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 진행과 결과가 모두민감한 정치적 소재로 둔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