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주요 기업들은 애플을 넘어서기 위한 무기로 대부분 '플랫폼 전략'과 '생태계 구성' 등을 꼽고 있다. 당장의 전략을 생각하기에 앞서 인식의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밝힌 후 T스토어, T맵 내비게이션 등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부문 분사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동통신사업 부문과 창의성ㆍ해외진출이 중요한 플랫폼사업 부문을 나눈다는 것. 특히 이동통신으로는 해외진출이 어렵지만 플랫폼은 잘만 키우면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로 진출할 게 아니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갤럭시탭 10.1 출시행사에서 단말기와 콘텐츠 소프트웨어(운영체계 등)의 '생태계 활성화'를 주된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초기 부진을 극복한 갤럭시S에 이어 갤럭시탭은 생태계 활성화로 시장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신문과 잡지ㆍ도서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갤럭시탭의 '리더스 허브' 등이 이 같은 전략의 산물이다. 또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영체제(OS) '바다'도 애플ㆍ안드로이드와 차별되는 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께 바다를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국내외에서 '바다 개발자 데이'를 개최하는 등 개발자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소프트웨어나 포털 업계 등에서는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시안적으로 눈앞의 수익만 바라볼 게 아니라 시작부터 새로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범 카카오톡 대표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며 "기업과 개발자ㆍ소비자들이 모두 이익을 얻게 하겠다는 진정성을 갖춰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그냥 쓰는 것만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마음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또 모바일 시대라는 트렌드에 맞춰 "기존 사업 모델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길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있는 온라인쇼핑몰을 그대로 모바일용으로 만들기보다 모바일이기 때문에 더 잘될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똑똑한 20대들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성공사례가 많이 나와야 우리 IT업계도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다음 모바일SU본부장은 "개발은 용역이 아니라 일종의 아트"라며 "기업들이 개발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를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전략'으로 생각해야 한국에서도 애플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