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년만에 '즐거운 설' 되찾았다

공장기계 다시 힘차게 돌아가고...『남들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푸짐한 선물입니다.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해야지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현대금속 160명 직원들은 3년만에 설다운 설을 맞았다. 회사에서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직격탄을 맞아 부도를 냈던 회사. 그래서 직원들은 수백만원의 보너스를 받은 것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귀성길에 올랐다. 이같이 IMF체제 속에서 쓰러졌다 재기한 기업들의 근로자들이 새 밀레니엄 첫 설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가족보다 더 가깝다던 동료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내야 했고 반토막난 월급으로 가족들에겐 늘 미안함을 가져야 했던 지난 2년. 공장의 기계가 다시 힘차게 돌기 시작한 지금 그들은 이번 설을 설답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하고 있다. 도어록 생산업체인 현대금속은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4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8년에 비해 20%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양만수(42·楊萬壽) 관리부장은 『지난 3년간 전직원이 똘똘 뭉쳐 회사 정상화에만 매달렸다』며 『올 설에는 보너스 지급도 생각했지만 법정관리를 빨리 벗어나자는 의미에서 간단한 선물만 했다』고 말했다. 기아계열사인 기아특수강의 근로자들도 지난해 12월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100%를 받은데 이어 설연휴를 앞두고 30만원씩의 상여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97년12월 1조7,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안은채 침몰했었다. 부도 직후 이 회사 노사는 똘똘 뭉쳐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회사측이 3,000여명이나 되는 직원을 1,800여명으로 감축할때도 노조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상여금·학자금을 반납했다. 주인 없는 회사 노조로 대표적인 강성노조였던 이 회사 노조로서는 대단한 결단이었다. 노사가 함께 노력한지 2년만인 지난해 만년적자를 벗어나 7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남 마산시 수출자유지역내 전자·컴퓨터부품 생산업체 수산스타(대표 朴주탁) 종업원 100여명은 3년만에 설 상여금을 받았다. 97년 말 회사가 부도나자 노조는 찬반격론 끝에 노조해산을 결의했으며 35명의 종업원들이 중간정산한 퇴직금 중 2억여원을 출자하는 등 십시일반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보통신업계로부터 부품주문이 폭주, 지난해 매출이 73억원으로 98년 61억원보다 20%나 늘었고 7년만에 처음으로 3억7,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삭감된 상여금도 650%로 원상회복됐다. 지난해 한 푼도 받지못했던 설 상여금도 올해는 75%나 받았다. 특히 물량주문 급증에 힘입어 퇴사직원들 중 30여명이 다시 돌아와 직원들이 다시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통신장비 및 플라스틱제품 생산업체인 두일전자통신.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이 회사 200여명의 직원들은 3일 오전까지도 요란한 플라스틱 사출 기계소리와 컨베이어 시스템에 묻혀 비지땀을 흘렸다. 컨베이어벨트 옆에서 작업하던 우전식(禹全植·29)씨는 『동료들이 퇴출되고 상여금 한푼 못받았던 작년 설을 생각하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 선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회사 송삼재(宋三載) 사장은 『어려운 기간동안 노사분규를 자제하고 야근을 자청했던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고맙고 시련속에서 보여준 동료애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김인완기자 I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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