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전과 성공] 8. 기인시스템 이기원사장

하나는 회사 설립이후 7년넘게 매달려 개발한 송전선 디지털 계정기를 한전에 공식 납품키로 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전력선을 이용한 통신모뎀 50만달러어치를 캐나다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 해외수출의 물꼬를 튼것이다.송전선 디지털 계정기는 전국에 깔려있는 전선망의 이상을 감지해주는 기계로 집안의 전기선로에 이상이 생겼을 때 누전차단기가 내려져 더 큰 사고를 막아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칫 기기의 동작에 이상이 생길경우 수조원대에 달하는 한전의 설비들이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기때문에 품질의 안정성과 정밀도가 필수적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일본의 도시바, 미쓰비시,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등 생산하는 곳이 몇군데 안된다. 한전에서는 지금까지 안정성이 입증된 일본 도시바제품을 써왔다. 한전으로부터 연구자금 4억원을 받은데다 당시 30대 초반의 박사엔지니어인 李사장의 의욕까지 겹쳐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출신 후배들까지 대거 가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모 대기업에서조차 개발을 시도하다 포기해버린 제품인 만큼 의욕에 비해 진척이 빠르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제품개발을 완료한게 지난 98년. 그러나 또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제품의 개발자금까지 댔던 한전측이 중소기업제품은 믿을 수 없다며 꼬리를 내린것. 李사장은 낙심했다. 그동안 꾸준히 팔리며 회사운영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전기절약장치인 디맨드 콘트롤러의 판매도 뚝 떨어져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됐다. 李사장의 능력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다른 간단한 아이템으로 많은 돈을 버는 벤처기업을 예로 들며 이 제품을 포기하면 어떻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시작했다. 외부에서는 『기인이 어렵다』는 풍문도 돌았다. 이때 엔지니어 출신인 李사장 특유의 오기가 발동했다. 끈질기게 한전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설득했다. 처가재산 모두를 저당잡히는 등의 온갖방법을 동원하며 98년 한해동안만 회사운영자금으로 14억원을 끌어다 썼다. 이 와중에도 전력선통신모뎀개발을 추진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독려했다. 직원들도 떠나지 않고 곁에서 힘이 돼 주었다. 그러기를 1년반, 李사장의 끊임없는 설득에 마음이 돌아선는지 한전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품의 보완점을 지적해주며 기인이 개발한 제품의 사용을 적극 추천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테스트 결과, 성능면에서 외국제품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주하는 물량은 연간 400여대. 금액으로는 3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기인이 개발한 송전선 디지털 계정기는 성능이나 품질면서에 외국제품에 뒤질게 없는데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개발한 제품이라 사용·관리에 편리하고 가격도 월등히 싸다. 또 하나의 큰 선물이었던 전력선 통신모뎀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李사장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다. 광케이블망, CATV케이블선 등은 인터넷업자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통신망이다. 통신망이 편리해야 네티즌들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망(網)설치에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여러가지 부가장치를 필요로 한다. 李사장은 이미 가정 곳곳에 깔려있는 전기선을 통신선으로 활용할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전력선 통신모뎀. 컴퓨터 플러그에 이 모뎀을 추가로 끼우기만 하면 다른 복잡한 연결장치없이 바로 인터넷의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독일의 유수 전력사에서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이달 중순부터 대량수출이 가능해질 전망. 이 모뎀의 전송송도는 2메가정도. 그러나 이미 랜(LAN)수준인 10MBPS급의 모뎀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채비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설립한 기인텔레콤은 올해 매출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인시스템은 어떤회사 서울대 전기과에서 석사과정까지, 제어계측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기원사장이 후배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전기사용량을 줄여주는 디멘드콘트롤러를 개발 판매해왔다. 그러나 회사설립때부터 개발해온 송전선 디지털 계정기는 국내 전기관련 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린 획기적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전에서 이 제품의 사용이 본격화되면 해외수출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력선을 이용해 인터넷통신을 할 수 있는 전력선 통신모뎀도 기인의 기술력을 알리는 제품. 이 제품은 인터넷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인시스템은 4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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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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