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몽구회장 사전구속영장] MK없는 현대차 어디로

해외딜러망 동요…경영공백 일파만파<br>그룹 수뇌부 "현상유지外새 사업추진 사실상 불가능" <br>社運걸린 해외 프로젝트 표류 경영목표 수정 불가피

‘MK 없는 현대차, 어디로 가나.’ 검찰이 정몽구 회장의 구속 수사를 결정함에 따라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큰 충격 속에 “글로벌 경영의 올스톱과 함께 ‘톱5’의 꿈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설마” 하며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직원들은 막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 당혹감을 넘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룹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룹 수뇌부들 역시 이날 수사발표를 전후해 양재동 본사에서 연이어 대책회의를 갖고 정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권 공백’의 파장과 이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주요 사업이 ‘선장 잃은 배’처럼 한없이 표류하게 됐다”며 “비상경영체제 가동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상유지’ 이상의 정상 경영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MK 리더십’ 공백 파장 일파만파=“세계 자동차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환율ㆍ유가ㆍ원자재의 3중고, 영업이익률 하락, 신기술을 앞세운 일본의 질주와 중국의 무서운 추격 등 위기상황이 한꺼번에 겹친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데….”(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 검찰이 법 논리에 치중해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면서 글로벌 톱5를 향한 현대차의 질주가 멈춰 설 위기에 처하자 그룹 안팎에서는 ‘MK 리더십 공백’에 따른 각종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경영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 국내외 판매감소 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해외 생산기지 구축과 일관제철소 건립 등 국내외 중장기 사업에도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영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정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굵직굵직한 사업의 연기 또는 차질이 예상된다”며 “특히 상당한 리스크가 수반되는 신규사업 추진을 남아 있는 경영진이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상당 기간 유보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수출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휘청거리면서 이제 막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려던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날개를 꺾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총수 구속은 단순히 ‘현대차만의 위기’가 아닌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딜러망 동요 심각, 해외 기지 구축 ‘올스톱’=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작 ‘논스톱’ 질주를 해야 할 곳은 현대차인데 검찰의 멈추지 않는 질주 때문에 글로벌 경영이 ‘올스톱’ 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은 우선 정 회장이 그동안 사운을 걸고 추진해온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공장의 착공식이 불투명해지는 등 해외 프로젝트가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미 2~3차례 미뤄진 해외 공장 착공은 사실상 무기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중장기 해외 생산비중 등 중장기 글로벌 경영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총수 구속’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의 훼손으로 국내외 딜러망 동요와 이로 인한 판매감소 등 영업 측면에서의 타격도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MK 없는 현대차’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보면서 딜러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 ‘총수 구속’ 사실이 외신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날 미국 등 현대차 현지법인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과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딜러들의 문의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현대차는 실제로 검찰 수사 이후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가속화되면서 내수 및 수출목표를 대폭 낮추기도 했다. 그룹은 이밖에도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건립과 만도 인수, 비상사태에도 아랑곳 없이 9%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 측과의 임단협 등 산적한 국내 문제들도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등 경영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정 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젠 ‘비상경영’이란 표현조차 한가롭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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