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사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창간 50주년을 맞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해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을 아우르는 지정학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통일이 되면 소위 60여년간 잊어버렸던 대륙이라는 공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한반도에 남북 간 상생ㆍ공영의 공간이 생기면 한국은 일본•중국•러시아는 물론 몽고 등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권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분단으로 우리 스스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해양세력으로만 자리하려던 반쪽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유럽연합과 같이 통일한국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핵심이 될 수 있으며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쉽게 구축할 수도 있다"며 "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사가 가는 길이며 그 길에 우리의 이익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반드시 가게 돼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통일한국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을 동시에 아우르는 지정학ㆍ지경학적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분단으로 우리는 대륙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 후 통일이 이뤄지면 아니 설사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남북 간 인적ㆍ물적 교류가 자유로워진다면 그동안 해양만 바라봤던 우리의 시야를 대륙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60여년간 잊고 있었던 대륙의 공간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남북의 지도자들이 한반도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하겠죠. -통일한국이 되면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통일한국이 되면 육로로 대륙과의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경의선 등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나 '중국 횡단철도(TCR)'와 연결해 유럽 등과의 인적ㆍ물적 교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동북 3성(랴오닝성ㆍ지린성ㆍ헤이룽장성)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각종 대륙에서의 경제개발 정책과 맞물려 큰 경제적 이득을 낳을 겁니다.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제대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만약 사실상의 통일이 이뤄진 상황에서 그와 같은 경제공동체가 구축되면 유럽과 같은 동북아 질서를 만들 수 있고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 역시 쉬워질 것입니다. 이는 동북아 전체가 평화ㆍ번영의 공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일의 방법ㆍ유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단 통일의 개념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이 통일의 방법 문제입니다. 단일민족국가만이 유일한 통일의 양태는 아닙니다. 통일은 공동체, 낮은 단계의 연방, 그리고 연방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일의 방법도 독일식의 흡수형 통일과 베트남식의 무력통일, 그리고 외세 개입에 따른 신탁형 통일, 합의형 통일 등이 있습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합의형 통일이고요. 이는 남북 간 교류ㆍ협력을 활성화하고 그 결과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를 채택해 주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자유를 누릴 때 남과 북에서의 국민투표를 통해 통일을 합의적으로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신탁형 통일이라는 말이 생소할 텐데 신탁형 통일이라는 것은 북한이 중국의 동북 경제권에 상당히 통합돼 중국에 의한 사실상의 경제적 신탁통치가 이뤄지고 난 뒤 통일로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가 바라는 통일이라는 것은 남과 북 주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서로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통일비용 문제를 두고 의견이 많은데요. ▦통일비용을 수치로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통일의 유형에 따라 각기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죠. 전쟁에 의해 통일이 이뤄진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며 신탁형 통일이라면 우리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 것이지만 통일 과정에서 북한 경제에 대한 우리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을 것입니다.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죠. 이뿐 아니라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또는 북한 임금을 우리 수준으로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통상 통일비용이라고도 합니다. 통일의 유형과 방법, 그리고 경제학적 계산 방식에 따라 그 비용 산출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북 간 경제적 격차가 커질수록 통일의 비용은 커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분단된 상황이지만 북한 경제가 개혁ㆍ개방으로 빨리 움직여 스스로 투자를 하고 국제사회의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 경제의 기반이 확충돼야 합니다. 그럴수록 통일비용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일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변국, 특히 대중국 외교가 중요한데요. ▦중국은 우리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도 혈맹관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들의 관계는 끈끈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을 계속 가져가면서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동북아 안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미국은 중국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정책을 펼 때 보다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 체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정일 위원장 유고시 급변사태를 점치는 이들도 있는데요. ▦북한은 당ㆍ정ㆍ군 삼각체제로 움직입니다. 더 자세히 보면 북한 체제는 국방위원회가 김 위원장을 보좌해 국가를 운영하는 형태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북한은 김 위원장 개인 중심이 아닌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김 위원장의 뜻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것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대남비방방송 중단 사실을 김대중 대통령과 수행단에 알리며 했던 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때 김 위원장은 '오전에 국방위를 개최했으며 대남비방방송 중단을 안건으로 올렸다. 그런데 일부 반대하는 위원들이 있어 설득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사실로 보아 북한 내에서 만약 김 위원장 유고와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의 국가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미 장성택을 중심으로 정책을 다뤄봤고 국정을 운영해봤기 때문입니다. 그 관성을 갖고 움직일 것입니다. -김 위원장 후계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후계구도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 사회가 유교적 성격이 강한데 유교의 핵심은 명분입니다. 명분은 자질과 공헌에서 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94년 김일성 주석 자리를 승계 받기까지 약 23년 동안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김정일 신화가 만들어졌죠. 그렇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승계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김정은은 김 위원장과는 다른 듯합니다. -남북관계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일단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풀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두 지도자가 어떻게 자기 세력을 설득해 만나느냐가 문제이지, 만약 만나서 모종의 합의를 이뤄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봅니다. -끝으로 정말 통일이 이뤄질까요. ▦사실 그건 꿈이 아닙니다. 그게 역사가 가는 길입니다. 역사의 길이 거꾸로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염원ㆍ국익ㆍ희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어느 누가 훼방을 놓아도 역사는 통일한국의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1951년 제주 ▦제주 오현고 ▦연세대 철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국제정치학 석ㆍ박사 ▦미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장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장 ▦제1ㆍ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
"통일을 왜 해야 하냐고요. 경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해야 합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인터뷰에서 '일부 젊은 층에서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같이 답했다. 문 교수는 "단일민족국가이기 때문에 또는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이기 때문에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통일의 대의는 요즘 젊은 층에게 먹혀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주 단순하게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해도 통일이 돼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엄청난 분단비용의 해소를 꼽았다. 그는 "남북 간 군비경쟁에서부터 최근 천안함 사태와 같은 위중한 안보위기가 닥치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게 되느냐"며 "통일이 되면 그런 비용은 들지 않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통일이 되면 각종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수입은 그대로인데 세금이 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통일로 인해 각자가 속한 회사의 수입이 늘어나고 자신들의 수입이 늘어난다면 그 정도 세금을 내는 게 무슨 대수냐"며 "열린 사고를 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들의 터전은 한반도이지 않느냐"며 "통일이 되면 잠재적으로 억압된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터전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통일 아니 그보다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북 간 자유로운 교류만 가능해져도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고 남북 합작을 통해 해외자본과 당당히 겨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통일한국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와 개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양상은 달라지기 마련이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문 교수는 북한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우리 경제가 잘 되고 북한 경제마저 잘 되면 그들이 우리 물건을 얼마나 많이 사가겠냐"며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교수는 통일한국에 서서 대륙으로 시선을 돌리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 뒤 "우리 자신을 위해, 또 후손을 위해 통일한국이라는 터전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