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APEC 포럼/인터뷰] 로버트 먼델 "IMF 美 입김 탈피를"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먼델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는 31일 『한국이 경제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통화정책을 세워 운영하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델교수는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책포럼에 참석, 회견을 갖고 『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급격한 환율변동이 있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분명하게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먼델 교수에 따르면 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홍콩 등 경제위기를 겪지 않은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확고한 통화정책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한국·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외환보유고가 낮고 부채비율이 높았다. 당시 일본·대만·싱가포르 등은 엄격하게 인플레를 관리했으며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통해 자본유출을 막았고 홍콩은 통화운영위원회를 뒀다는 것이 먼델교수의 설명이다. 먼델교수는 『유로화의 출범과 함께 달러·유로·엔화 등이 통화 안정권을 형성하고 90년대 들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가격 안정성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통화간 환율변동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먼저 엄격한 인플레 관리를 통해 달러·유로·엔화에 대한 환율을 최대한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먼델교수는 또 통화간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달러화 45%, 유로화 35%, 일본 엔화 20% 등 3개 주요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하고 중소국가들이 자기네 통화를 이에 고정시키는 APEC통화기금의 창설을 주창했다. 먼델교수는 이어 엔화를 기본으로 하는 아시아 단일통화의 경우 현 상황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먼델교수는 『유럽에서 단일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아시아의 경우 아직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데다 중국과 같은 큰 나라는 이런 체제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중국·러시아등 주변국의 위상이 높아져 경제적으로 아시아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국제통화체제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델교수는 이어 『한국경제의 성장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괄목할만한 것』이라면서 『이런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경제가 제대로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 먼델교수는 이와 함께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나는 IMF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사람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구동본 기자DBKOO@SED.CO.KR 입력시간 2000/03/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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