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차 비자금 유력층에 어떻게 전달됐나

검찰, 비자금 경로에 김재록씨 역할 '주목'

검찰이 글로비스에서 현대차 비자금 입출금 장부를 확보한 데 이어 김재록씨 수사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혀 현대차 비자금의 전달 경로와 용처의 윤곽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6일 오전 브리핑에서 "(현대차 비자금의) 입출금 장부를 확보했다"며 "하지만 누구에게 전달됐다는 건 (기록이) 없다"며 용처를 규명할핵심 단서를 발견했음을 공개했다. 채 기획관은 또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은 금고 관리 책임자인데 금고 책임자가장부에 누구에게 줬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대기업이고, 조직이어서 (비자금의) 보관 책임자와 집행자가 다르다"며 검은 돈이 은밀하게 관리됐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검찰은 `금고에 남아있는 돈'보다 `금고에서 꺼내 쓴 돈'에 초점을 맞춰`금고관리자'일 뿐인 이주은 사장보다는 윗선인 정몽구 회장 부자 등의 비리 의혹을집중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수사 단계 격상은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과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임직원들을 최근 줄소환해 조사함으로써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을 이용해 조성한 비자금의 전체 규모와 사용 액수를 파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최근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주은 사장이 구속 당시 말한 "비자금은 대부분 사용하지 못한 채 금고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전체 비자금 액수도 지금까지 알려진 150억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주은 사장과 현대차 재경본부 등의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마치고 정몽구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소환해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전달 경로는 통상적인 재벌 총수들과 다소 차이가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기업 총수가 유력인사와 미리 연락한 뒤 자금관리자에게 "직원을 시켜 2개(2억원)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뒤편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검은 승용차 운전자(정치인의 심부름꾼)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 집행자와 관리자, 전달자로 역할을 나누면 돈이 누구에게서 나와서누구에게 전달됐는지는 기업 총수와 로비 대상자 두 명만 알게 돼 철저한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채 수사기획관은 "(현대차 비자금 전달은 그런 방식과) 구조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해 다른 방식의 전달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채 기획관은 또 "김재록씨에 대한 수사 성과가 있었다"며 현대차 비자금 전달경로를 짐작하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표현하며 그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김씨 수사의 성과가 있었다는 얘기는 결국 김씨가 현대차 비자금 전달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 것이다. 따라서 김씨가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이던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때 정몽구 회장쪽의 자문을 맡은 점에 비춰 정 회장이 동생인 정몽헌 회장과 경쟁에서 이기려고 비자금을 정관계에 뿌렸고 그 과정에 김씨가 도움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김재록씨에게 정관계 로비를 부탁한 뒤 이주은 사장에게 "김재록씨가 찾아가면 요구한 대로 (비자금을) 주라"고 지시하고, 김씨가 이 사장한테 돈을 받아서 로비에 사용했다는 시나리오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김재록씨 수사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힌 것도해외에 나간 정몽구 회장에게 `비자금 사용 경로를 이미 상당 부분 파악했으니 조기에 귀국해 조사받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정 회장 또는 정 사장이 최측근 인사들에게 매수 대상과 목적을 지정해주고 이주은 사장한테 돈을 받아 지시를 은밀하게 이행하게 했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검찰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현대차 총수 일가의 `심복급'으로 분류되는 전ㆍ현직 임직원들을불러 최근 압수한 입출금 장부 등을 근거로 비자금 사용처와 목적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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