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월 19일] 가계대출 부실화 막는 선제대응 필요

가계부채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부채, 특히 가계부채 문제를 들며 정책 당국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앞서 이달 초 '2010 금융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2금융권의 과도한 자산거품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등 당국도 서민의 가계대출 상환부담 경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먼저 가계부채 증가세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원으로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2007년 600조원을 넘은 지 불과 2년도 채 안 돼 112조원이나 불어났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며 가계의 대출 연체율이 아직은 낮은 수준이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완충장치도 마련돼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아직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가계대출 부실이 금융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머지않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용불안이 계속되면서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은행ㆍ통신ㆍ조선 업계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외환위기 이후 집값급등을 경험한 중산층이 이번에도 집값이 뛸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렸다. 집값 상승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하락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런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출구전략 시기가 임박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인 2%까지 낮췄지만 가계대출금리는 이미 6~7%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대응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는 현재의 재산상태와 원리금상환 여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능력에 맞게 부채를 조정해야 한다. 은행들도 과도한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가계대출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 당국도 앞으로 단행될 금리상승이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산금리 조정, 대출조건 완화 등 상환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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