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툭하면 땜질 처방… 당국도 못믿겠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국내 증시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랭한 편이다. 금융당국이 조용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개입의지만 드러낼 뿐 실질적인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내보인 공매도 제한조치에 대해 19일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시장의 반응이 없지 않느냐”며 “(당국에 거는) 기대감도 없다”는 말로 평가절하했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역시 “최근의 주가 급락세는 공매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당국은) 대책이라고 공매도 제한조치를 내놨다”며 “19일 낙폭을 봐도 공매도가 주범이 아님이 명확해 졌다”고 말했다. 이는 주가폭락의 주요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서둘러 내놓은 대책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공매도 제한조치는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앞장서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발상도 구태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유관기관 관계자는 “증권유관기관이 자발적으로 증안펀드를 조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증안펀드에 자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기관은 없다”며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하다 보니 그만큼 돈이 묶일 수 있어 투자계획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주가 폭락시를 대비해 증기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증안기금에 돈을 넣어야 하는 은행 등은 밖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은행 고위임원은 “당국의 방침에 협조를 해야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증안기금과 관련해서는 노코멘트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해당 은행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는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며 “겉으로는 협조적인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할당금액 등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C자산운용사 임원은 “(증안기금 조성 등) 정부 주도하에 시장하락을 막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며 “외국인의 투매를 더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 대외변수가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로 우리나라 증시도 조정을 받는 과정에 있는데, 이를 정부가 기금이나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막는다면 적정가격과의 괴리만 더 커져 오히려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90년도에나 통할 대책을 20년이나 지나서도 똑같이 내놓는 것을 보면 감독당국이 여전히 시장을 아래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자본시장도 변화한 만큼 이에 맞게 근본적이고 스마트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관의 매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펀드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은 지금 상황에서 꺼낼만한 카드인지 모르겠다”며 “(금융당국은) 결정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변동성 축소를 위해서는 타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됨에도 ‘설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지레짐작으로 스스로 장기해법을 찾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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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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