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산명시制 신청 급증

서울 서초동에 사는 박모(44)씨는 채무자 이모(41)씨를 상대로 1년여의 송사 끝에 지난해 말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판결 내용은 이모(41)씨가 박씨에게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 것. 이 판결에 대해 채무자가 항소하지 않아 이 사건은 박씨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박씨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채무자 이씨가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굴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며 돈을 벌어 갚게 다고 계속 뻗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지난 3월 사건을 다시 법정으로 끌고 가면서 `재산명시제도`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채무자 이씨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령했고 은행 등에 재산조회까지 실시, 숨겨진 이씨의 2억원 대 재산을 찾아냈다. 따라서 박씨는 채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재산명시로 채무변제를 강제=재판에 지고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들이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달 300여건에 불과하던 서울지방법원으로의 신청 건수가 지난달에는 500건까지 늘어났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벌어진 전두환씨의 재산명시 공판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이 제도에 대한 문의와 신청이 부쩍 늘었다”며 “신청이 는다는 것은 그만큼 재산분쟁이 많다는 의미로 웬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재산조회ㆍ감치 건수도 늘어=지난해 7월 대법원이 불성실한 채무자의 재산신고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산조회제도`를 도입한 후 금융기관 등에 대한 조사의뢰도 빈번해 졌다. 재산조회제도는 법원이 나서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들을 뒤지며 채무자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제도다. 서울지법의 경우 지난해 매월 평균 10여건에 머무르던 재산조회 건수가 올 들어서는 매달 30~40건이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도입된 `감치` 명령 건수도 급증했다. 서울지법의 경우 지난 12월 처음 적용된 후 지난달은 58건까지 증가했다. 그만큼 패소판결을 받고도 억지를 쓰며 뻗대는 채무자가 많다는 반증이다. 법원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명시 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재산목록의 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서울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고도 변제를 불응하며 채권자와 법체계를 조롱하는 채무자가 의외로 많다”며 “재산조회나 감치 명령을 통해 재산명시제도가 보다 원활하게 기능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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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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