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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노른자위에 '유령 아파트'가… 충격
판교 3700가구 3년째 불꺼진 아파트로꼬일대로 꼬인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이주 주민 순환용으로 지었지만 경기침체에 LH 자금난 겹쳐전세보증금 지급 등 난항 거듭 "성남시-LH 해법 찾아야" 목청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2009년 말 완공됐음에도 아파트는 물론 상가조차 텅 비어 있는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3·4단지. 성남 구도심 재개발 이주자용 단지지만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3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은 판교신도시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백현마을 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121㎡형은 10억5,000만~11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가도 5억원이 넘는다. 이 노른자위 입지에 3,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준공되고도 3년째 빈 집으로 남아 있다. 백현마을 3ㆍ4단지다.
18일 찾은 백현마을 3ㆍ4단지는 지은 지 3년도 안된 새 아파트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아파트보다 더 낡아 보였다. 인도와 화단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도로변을 따라 늘어선 상가는 텅텅 비었다. 4단지 옆에 민자사업으로 지어진 화랑초등학교는 개교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시내버스도 정류장을 그냥 지나쳤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택배차량이 단지로 들어가려다 경비원의 제지를 받고 되돌아나오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졌다.
백현마을 3ㆍ4단지는 원래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으로 이주하게 되는 주민들이 살 순환용 이주 주택단지로 지어졌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입주가 이뤄지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그동안 아파트 유지 관리비로만 50억원이 넘는 돈을 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민들에게 대체 이주단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3ㆍ4단지를 일반공급하려고 하지만 성남시와 재개발조합의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입주 지연으로 고통 받기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지만 재개발 사업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일반공급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LH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남구시가지 개발 지연에 빈 판교 아파트=백현마을 3ㆍ4단지의 공가(空家) 사태는 성남 구시가지(수정ㆍ중원구) 재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발생했다. 성남시와 LH는 지난 2007년 신흥2ㆍ중1ㆍ금광1동 등 2단계 구시가지 재개발을 결정하고 이듬해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앞서 2002년 성남시와 LH는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에 따른 순환용 이주 주택단지를 판교택지개발지구에 짓기로 합의했다. 이에 LH는 2009년 말 판교 백현마을 3ㆍ4단지와 봇들마을 6단지에 총 4,993가구 규모의 순환용 이주 주택단지를 마련했다.
일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LH의 자금난이 겹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자 성남시와 성남시의회ㆍ주민ㆍLH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해 1월 사업지원방안을 내놓았고 같은 해 3월 LH와 민간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민관합동 재개발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까다로운 입찰 조건 때문에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면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수차례 유찰로 무산됐다.
일반 분양가가 3.3㎡당 1,380만원으로 책정돼 인근 시세보다 200만~400만원가량 비싸고 미분양 물량도 시공사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조건이다 보니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 중1구역주민대표협의회 육종군 위원장은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보니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입장 차 워낙 커 문제해결 실마리 안보여=백현마을 3ㆍ4단지 공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LH와 성남시ㆍ주민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LH는 위례신도시에 대체 이주단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백현마을 3ㆍ4단지를 일반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2월 봇들마을 1,297가구는 일반공급했다. 성남시는 일반공급에 반대하면서 세입자들을 먼저 이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구시가지 재개발 조합원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세입자 선이주를 하려면 전세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재개발 사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 공사 이전 선이주는 세입자 주거이전비(4인 기준 1,500만원) 이자 부담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광1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 주민들은 백현마을 3ㆍ4단지 일반공급도 반대하고 있다. 결국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는 한 백현마을 3ㆍ4단지 공가 문제를 풀 해법은 찾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 지연과 백현마을 3ㆍ4단지 공가 문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발생했지만 사업 주체 간 이해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성남시와 LH가 한발씩 양보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