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경제 '퀀텀 점프' 기회다] <1부-1> 기로에 선 주력산업

막 오른 글로벌 산업구조조정 "도약이냐, 좌절이냐" 시험대에<br>오일쇼크때 일본車약진등 경기침체는 강자부상 기회<br>핵심-한계기업 차이 뚜렷해져 혁신·경쟁력 강화 필요


“GM 등 자동차 빅3의 감산계획 발표는 미국과 세계 자동차업계가 얼마나 심각한 하강 국면에 직면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50년 만에 최악인 자동차 판매 부진 속에 생존싸움에 들어갔다.(월스트리트저널) “반도체 사업에서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호황일 때는 구조조정을 생각할 수 없지만 불황일 때는 좋은 기업은 도약과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이고 어려운 기업은 생존 싸움을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세계경제사를 보면 위기상황마다 주요 산업의 판도가 변화했다. 대공황기를 지나면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300여개 회사가 5개로 줄었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이은 전대미문의 세계경제 동시침체도 기존 글로벌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ㆍ반도체ㆍ철강ㆍ조선ㆍ석유화학 등의 업종이 판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번 위기를 잘 활용하면 한국기업들은 2~3등 분야에서 1등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1등 분야에서는 확실한 1등을 굳힐 수도 있다. 반면 자칫하면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인해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주식회사 코리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막 오른 글로벌 산업구조조정=14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상원통과에 실패함에 따라 미 자동차업계는 생존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5~6개 기업만이 살아남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극심한 치킨게임을 벌여온 세계 반도체업계도 조만간 희생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는 내년 중 삼성전자를 1강으로 하이닉스와 엘피다ㆍ마이크론이 2위 자리를 다투는 1강 3중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종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에서 발생한 벌크선 발주계약 취소가 197척에 달한다. 이는 전체 벌크선 발주계약 취소 규모인 241척의 82% 수준에 해당한다. 한국을 거세게 추격하던 중국 조선산업이 고사위기를 맞은 셈이다. 반면 세계 ‘빅3’ 조선사를 모두 갖고 있는 한국은 조선 1위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급격한 수요감소로 고전하는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바람도 예고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금융위기가 산업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선 상태다. 수급측면에서 과잉생산이 많았던 산업을 중심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기, 강자가 떠오른다=LG경제연구원은 최근 지난 1970년대 이후 찾아온 ▦1, 2차 오일쇼크(1974년, 1979~1981년) ▦1990년대 초 미국의 침체(1991~1993년) ▦일본의 복합불황(1990~1999년) ▦IT버블 붕괴(2001~2002)의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시장지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경제성 있는 일본차가 미국시장에서 약진한 것이나 PC산업에서 2000년대 초 불황 전 2위였던 델이 1위로 뛰어오른 반면 이전 1위를 달리던 컴팩은 몰락, HP에 합병 당한 것은 업계의 부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LG경제연구원도 IT업계에서 2000년대 초 경기침체기 전 상위 25%에 속해 있던 기업이 경기침체기 이후에도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경우는 60%에 불과하고 반면 하위 75%그룹에 속하던 기업 중 15%는 상위그룹으로 도약했다고 지적했다. 시험이 어려우면 변별력이 커지듯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과 한계기업들 간의 경쟁력 차이가 경기침체기에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 글로벌 기업들이 불황의 파고를 넘어 강자의 지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불황을 통해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한 반면 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에도 기회 온다=2009년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은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외변수가 너무 유동적”이라며 “몸을 사릴 건 사려야 하겠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측면도 있어 투자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와 다를 바 없는 상태다. 최근 상의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90%에 가까운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환기를 맞은 우리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한계기업부터 정리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업들은 단순 경비절감 차원을 넘어 제품의 설계, 디자인, 전체 생산공정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우리산업이 충분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재편을 주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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