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인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작업은 일단 휴면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글로비스가 사실상 그룹의 자금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초 설정했던 기본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주력 3사가 순환출자 방식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라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이중 한 곳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무난히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
이들 3사별 출자비율은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차 지분율 38.67%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율 18.19%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율 14.61%이다.
이중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아 비교적 자금 부담이 적은 기아차만 따져도 정 사장이 지분율을 30%까지 높이려면 최소 2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자금확보의 문제점이나 투명경영의 의지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경영권 승계작업은 수면 밑으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 후 여론의 추이 변화 등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그룹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의 보유 주식을 정 사장이 상속받는 정공법도 또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 소유의 그룹 계열사 주식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8% ▦글로비스 28.12% ▦엠코 10% ▦현대제철 12.58% ▦현대하이스코 10%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정 사장이 정 회장만큼의 그룹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