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12일] 주파수 재분배와 경쟁 활성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저주파 대역(1GHz이하)인 800MHz과 900MHz에서 각각 20MHz씩 회수해 SK텔레콤을 제외한 신규 및 후발 사업자에 재분배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한국이동통신 시절과 신세기통신 합병을 통해 저주파 대역인 800MHz에서 45MHz를 이미 독점적으로 보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분배 대상에서 제외됐다.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저주파 대역은 네트워크 투자 및 운용비 측면에서 후발 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주파 대역(1GHz이상)보다 1.5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저주파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고주파를 사용하는 사업자보다 낮은 원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경쟁의 산물이라기보다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로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왜곡을 발생시키고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게 된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경쟁왜곡 현상이 발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파수 재분배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통신전문규제기관인 Ofcom은 보다폰과 O2가 양분하고 있는 900MHz 대역의 70MHz 폭 중 30MHz를 회수해 나머지 3개 사업자들에 10MHz 단위로 분배할 예정이다. 프랑스도 900MHz 주파수를 재편해 경쟁 사업자들에 재분배할 예정이다. 기타 독일ㆍ일본ㆍ스위스ㆍ뉴질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저주파의 재분배를 통해 경쟁왜곡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결정은 아니며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상의 정책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실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 이유는 재분배할 800MHz과 900MHz의 주파수량이 물리적으로 20MHz씩 2개 사업자 정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원하는 사업자가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주파수 분배에 자유경쟁을 도입할 경우 가입자 기반을 기 확보하고 있는 후발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자신들과 같은 신규 사업자에 분배의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나 해외 사례를 볼 때 타당한 면이 있다. 반면 후발 사업자들도 그동안 저주파가 없어 경쟁적 불이익을 감수해왔고 자신들이 경쟁 활성화의 적임자라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일전불퇴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저주파의 분배에 관해서는 신규나 후발 사업자 모두가 주파수 미보유 상황이기 때문에 차별을 두는 것은 새로운 경쟁왜곡을 양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들의 주장도 타당하다. 그렇다면 저주파의 공급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주파수 분배 일정상 용이하지가 않아 보인다. 차세대 주파수 대역으로 지정됐고 유력한 후보인 700MHz의 시장 분배는 아날로그 TV 종료시점(오는 2012년 12월)과 맞물려 있어 800MHz, 900MHz 분배(2011년 6월)보다 1년 반 이상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해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저주파 대역을 보유하지 못해 경쟁상 불이익을 받는 왜곡상황을 개선하는 것 모두가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 그렇다고 동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결론은 시장에 맡기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개입해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판단의 정확도는 불문하고 특혜시비 등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시장에 맡기는 방법으로 검토되고 있는 경매는 과도한 경매대금과 주파수 쏠림을 발생시킬 수도 있으므로 그 설계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경매대금의 요금 전가, 시장지배력의 고착화 등 또 다른 왜곡들이 경쟁 활성화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저주파인 700MHz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800MHz, 900MHz 분배에서 탈락한 신규 또는 후발 사업자를 포함한 저주파 미보유 사업자에 700MHz 분배의 우선권 부여 방침을 밝혀 분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저주파가 더 이상 경쟁왜곡으로 작용하지 않게 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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