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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즈 레터] 마음만이라도 부자로 살기

“아빠 우리 부자야?”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늦게 까지 책상에 앉아 있던 초등학교 5학년 둘째 딸의 느닷없는 질문에 밤늦게 까지 마신 술이 확 깼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녀석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선뜻 대답을 못했습니다. 부자가 아닌 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부자가 아니라고 하면 딸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애써 큰 목소리로 “그러~엄 우리 무지 부자야”라고 말했습니다. “집 있지, 자가용 있지, 큰 텔레비전에다 냉장고 컴퓨터 없는 것 없이 다 있잖아, 게다가 오빠 엄마 우리 네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부자지”라고 말하면서도 속은 영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럼 아빠는 천만원 있어”라고 재차 묻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천만원, 부자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액수의 돈이지만 우리 같은 봉급쟁이한테는 큰 돈이라면 큰 돈일 겁니다. 딸의 눈 높이에서는 천만원만 있어도 부자인데 봉급쟁이들에 천만원이라는 돈은 쉽지 않은 액수라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낯이 조금 간지럽기는 했지만 딸 아이에게는 천만원 가진 부자 보다 아빠가 훨씬 더 부자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큰 돈은 없지만 가족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부자가 부럽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수천억을 가진 부자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이나 느끼고 겪는 고통과 고민은 성격만 다를 뿐이지 그 정도는 같을 겁니다. 흔히 ‘정의는 살아있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합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지만 그럴 거라고 믿으며 살고 싶은 요즘입니다. 지금 비록 수중에 천만원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마음만이라도 부자로 살 수 있다면 어떤 부자보다도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한 주 돈 버는데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마음만이라도 부자로 사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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