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이명박과 박근혜 감정싸움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후보 검증을 둘러싼 공방이 예사롭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위를 차지한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검증을 놓고 지나치게 감정싸움으로 맞서 국민들이 불안하다. 두 진영은 참모 차원의 공방을 넘어 본인들이 직접 상대방의 뼈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측근들의 다툼에 그쳤다. 올 들어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박 전 대표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오더라도 문제 없는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18일에는“대선승리를 위해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우리가 거를 것은 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18일 “최근 정치권에서 (네거티브) 이야기는 이미 검증이 다 돼 개의치 않는다”며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시장은 다음 날에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과 화합”이라고 역설하면서 박 전 대표의 날카로운 공격에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일 두 사람은 대전과 대구에서 공방에 뛰어들었다. 이 전 시장은 대전발전정책포럼에서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고3을 4명씩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며 미혼인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이에 질세라 박 대표도 20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지도자는 경제전문가가 아닌 경제지도자”라며 ‘경제대통령’ 기대감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어 “국가지도자는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등용,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22일에도 “여성 비하발언이야말로 네거티브”라며 “그런 논리대로라면 남자로서 군대 안 갔다 오면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지 않느냐”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후보검증 논란이 감정싸움으로 번지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이와 관련, “국민이 보기에 볼썽사납다”고 질타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모든 검증은 당 경선 준비위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대선주자와 측근들, 팬클럽 회원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 후보검증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감정싸움을 근원적으로 수습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대선승리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여당을 상대로 하는 본선에서 두 사람의 주장대로라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으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다. 이 전 시장은 군대를 가지 않아서, 박 전 대표는 미혼이기 때문이다. 요즘 ‘실속 없이 말 많은’ 노무현 정권의 인기하락으로 강력한 여당 후보가 등장하지 않아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만약 유능한 여권 후보가 나오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후보가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참모들과 더불어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파악한 뒤 잘 골라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두 진영처럼 예선전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후보검증 정략이나 극단적인 표현은 곤란하다. 애 낳고 키워봐야 교육을 말할 자격이 있다니,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은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니 하는 등 피치 못할 상대방의 약점을 자극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50대 여성에게 ‘미혼’이나 60대 남성에게 ‘군 미필’ 자체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내면의 세계에 아픈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 깊은 상처를 건드리면 경선 뒤에 사태 수습이 어렵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경쟁 관계지만 상호보완적 존재다. 박 전 대표가 침몰하는 한나라당을 건진 일등공신이라면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역할을 잘 해 수권정당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민들은 소모적인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정략에 환멸을 느낀다. 오랜 동안 국력을 분열시킨 정치권의 정쟁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 싸우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후보검증은 당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 본인이 해명하면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제는 감정적인 후보검증 대신 대한민국을 어떤 플랜으로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하길 바란다. 예컨대 성장동력 개발과 일자리 창출, 국민화합, 교육 혁신, ‘희망 비타민’, 외교력 증진방안, 부동산 안정정책 등을 놓고 매달 정기적으로 1박2일이라도 함께 골방에 들어가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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