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와 사람] "경영도 골프도 여유갖고 임해야죠"

조기송 강원랜드 대표


“1/4분기 실적 나쁘다고 실망할 필요 없고 3/4분기까지 좋아도 단숨에 무너질 수 있는 게 경영입니다.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골프 같죠.” 조기송(59) 강원랜드 대표는 경영과 골프에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전후반 스코어가 크게 차이 날 때 ‘대파(大破)’라며 상도 주는 게 골프”라는 그는 “경영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초반에 잘 안돼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유를 가지고 결과를 내다보는 경영 안목이 엿보였다. 조 대표는 ㈜쌍용과 효성중공업을 거쳐 77년부터 LG전자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TCL그룹을 운영했고 2006년 3월 강원랜드 사장에 부임한 재계의 선 굵은 인물. 조순 전 경제 부총리의 맏아들이기도 하다. “부친께서 등산을 즐기신 탓에 국내에서는 주말에 늘 산에 다녔다”는 그는 “9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골프를 시작했다”고 골프와의 첫 인연을 회고했다. “조깅을 하다가 왼쪽 무릎을 다쳤는데 의사가 골프를 권유했다”는 것이 클럽을 잡은 이유였다. 잔디 밭을 걷는 게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는 것. “왼 무릎이 딱 지탱해줘야 스윙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골프를 하냐고 했더니 몸이 알아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하더라”는 조 대표는 “실제 해보니 신기하게 왼쪽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이 됐다”고 했다. “대신 거리가 안 나지만 또 정확성으로 커버하게 된다”면서 뭔가 부족하면 다른 부분에서 채울 수 있다는 평소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꿰뚫어 보는 베테랑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또 “보통 동반자가 조금 장타를 날리면 자신도 좀 더 멀리 쳐보려고 하다가 크게 흔들리지만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며 “단타라서 심리적 불안 요인 하나가 없다”고 웃었다. 약점으로 꼽히는 것을 강점으로 돌려 볼 줄 아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조 대표는 “여유가 없으면 즐길 줄 모른다”며 “한국인들은 뭔가 한번 빠지면 잡아 먹으려고 든다”고 말을 이었다. “카지노가 대표적이지만 골프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미국 식 여유는 자선으로도 표현된다”면서 총상금 8억원의 국내 여자골프 최대 규모 골프대회를 창설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원랜드는 오는 8월말 하이원 골프장에서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 이름에 ‘자선(Charity)’을 못박은 이 대회를 통해 강원랜드는 최소 1억원의 기금을 조성, 안면 기형 어린이와 강원 지역 수해피해주민 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우리 대회를 계기로 자선과 기부 문화가 골프계에 정착되기를 기대한다”는 그는 “장애인 스키학교를 운영 중이며 장애인 스키단 창단계획도 있는 등 다방면으로 소외 계층을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애인 스키협회장도 맡고 있다. 한편 조 대표는 “거미줄 같은 갱도를 다 메워 그 위에 조성한 하이원 골프장은 ‘자연 친화’를 넘어 ‘자연 복구 코스’다”라며 골프장 자랑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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