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22일 이라크에 대한 UN제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전후 이라크 재건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프랑스와 미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재건 자금 마련을 위해 경제 제재를 풀어 이라크 석유 수출길을 트려고 했지만 프랑스 등 우방국들은 UN의 이라크 대량 무기 사찰이 끝나지 않았다며 반대해왔다.
프랑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사실상 미국 주도로 재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마냥 반대 입장만 취했다가는 잠재력이 엄청난 재건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가 제재 중단을 제안하기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고위 보좌관들이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프랑스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프랑스는 다만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는 UN의 무기 사찰이 종료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유효하다며 이번 중단 제안은 식량난에 직면한 이라크 민간인 지원을 위한 부분 제재 해제라고 첨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프랑스가 그동안의 원칙론을 지킨다는 명분을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