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포커스] 美정부 신뢰상실의 교훈

지난 97년 10월말 아시아 통화위기의 태풍이 북상하며 홍콩 증시가 폭락하자, 그 여파가 지구촌을 돌아 뉴욕 증시도 폭락했다. 다음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강하다"며 투자자들을 독려했다.그순간 뉴욕 증시는 기적과 같이 상승, 폭락한 만큼 회복한 적이 있었다. 뉴욕증시가 폭락한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은 강하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 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300 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뉴욕 증시는 지난 9일 부시 대통령이 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한 후 이틀동안 폭락세를 연출한 바 있다.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90년대 말에 미국 경제는 상승세에 있었고, 현재는 장기 호황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어서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5년전에도 아시아 및 러시아 위기, 헤지펀드 파산위기등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미국 대통령과 재무장관의 발언이 금융시장을 움직였고, 정부와 시장 사이에 신뢰성이 있었다. 현재 뉴욕 증시 하락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신뢰의 위기에서 연유하지만,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ㆍ공화당이 치열한 정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과거 전력이 스캔들에 휩쓸리고, 폴 오닐 재무장관과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도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에 정부의 신뢰와 정치 안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 90년대에 일본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과정에 내각의 개혁 조치가 정치권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위기도 정치 불안으로 정부가 해외투자자들의 불신을 사면서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5년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싸울 때 정부가 안이하게 아시아 위기를 대처하다가 외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또 다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젠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에 몰아치고 있다. 과천의 경제부처들이 지난번 권력 이양기의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중요 현안을 여당과 야당에 동시에 설명하고 있고, 이런 점이 해외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격화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지만, 정치인들은 경제분야만큼은 '정부의 신뢰'가 유지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