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계가 독식, 도덕적 해이 초래

■ 김재록 게이트로 본 컨설팅의 빛과 그림자<br>환란직후 정부도 기업도 해외업체와 계약<br>확보한 비밀자료 유출 '정보 장사' 사례도


외국계가 독식, 도덕적 해이 초래 ■ 김재록 게이트로 본 컨설팅의 빛과 그림자환란직후 정부도 기업도 해외업체와 계약확보한 비밀자료 유출 '정보 장사' 사례도 현상경 기자 young@sed.co.kr 김영기기자 김민열기자 이철균기자 관련기사 • 기업 경영진단이 '로비 무대'로 변질 • 국내 컨설팅시장 현황 • 컨설팅 비용 얼마나 되나 • 아더앤더슨, 김재록 발탁 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98년 10월28일.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상업ㆍ한일ㆍ외환은행 등 5대 그룹 주채권 은행에 일군(一群)의 ‘파란 눈’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우리에게 환란 극복용 달러를 빌려줬던 세계은행(IBRD)의 금융감독위원회 고문단으로 우리 정부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는지 바라보는 일종의 ‘근로감독관’이었다. 이들은 우리 정부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위해 시중은행에 파견돼 있던 외국계 컨설팅사에 5대 그룹 관련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자는 “그룹들의 비밀 사항이 상당수 있었지만 구조개혁을 내세우는 그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자료는 외국 정부나 우리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국적기업의 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조개혁과 경영 진단이 거대한 ‘정보 장사’로 변질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간 매출규모가 2조원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컨설팅업이 여전히 미성숙한 서비스 산업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혼돈의 시대에 영업을 본격화한 탓이 크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과 정부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신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했다. 심지어 구조개혁을 진두지휘하던 금감위 등 정부 당국조차 아더앤더슨이나 맥킨지 등과 정보를 교환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금감위의 전 고위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이헌재 전 위원장도 정부 주변의 흘러가는 정보를 들을 수 있어 (그들을) 뿌리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보’를 미끼로 컨설팅 업자와 민간기업, 그리고 중간에 정보 생산자인 정부가 존재하는 먹이사슬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이는 세포 분열하듯 덩치를 키워갔다. 이를 두고 전직 고위관료였던 A씨는 “환란 직후 2~3년 동안 외국계 컨설팅사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이었다” 고 표현했다. 환란 직후인 98년부터 2001년 6월 말까지 우리 금융기관이 외국 컨설팅사에 지불한 자문 용역비만도 2,118억원. 한빛(현 우리)ㆍ제일ㆍ서울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용역비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그 가운데 95% 이상이 ‘월가의 표준’을 내세운 미국계로 흘러 들어갔다. 어쨌든 환란 전 보잘 것 없었던 우리나라의 컨설팅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업은 정부 공식 통계로만도 연간매출 규모가 2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김재록 게이트로 컨설팅은 사람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모습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각인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컨설팅업은 여전히 미성숙한 서비스 산업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4/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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