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콜금리 동결 행진 언제 끝날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정책금리를 동결, 10개월째 연 3.25%로 콜금리를 묶어 두면서도 강한 톤으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주변에 여러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아 이번에는 금리를 그대로 묶어 뒀지만지금까지의 초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계속 방치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결국에는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은의 메시지가 금리인상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직접적인신호라기 보다는 시장에 대해 금리인상에 미리 대비하고 내성을 갖도록 하는데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막상 금리인상이 단행됐을 때 시장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번 메시지가 던지는 정확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시장이 주목해야 할 분명한사실 하나는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 불확실한 경제여건으로 통화정책 일단 관망세 유지 서비스산업 동향이 개선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나아지는 등 일부 실물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은 것은 분명하지만 불확실한 요소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배럴당 7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유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와 미국 경제성장의 둔화 우려 등은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8.31대책도 경기흐름을 좀 더 면밀히 관찰하도록만들었다. 8.31대책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하락과 함께 건설경기의 둔화, 소비회복세의지연 등으로 경기하강을 초래할 수 있어 섣부른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는 셈이다. 박승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통화정책과 부동산 시장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부동산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동원한 초강수의 정책이 소비회복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한은 금통위로서도 8.31대책의 충격파를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 단기부동화.과잉유동성 계속 방치 곤란 박승 총재가 비록 여러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다음달 금리인상이 이뤄질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자원배분의 왜곡, 즉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과잉유동성, 그에 따른 실물자산과 금융자산과의 불균형 문제를 계속 방치해둘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등에서는 부동산 투기 열풍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저금리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한은은 이런 비판을 수긍하지는 않지만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자금배분의 왜곡이 실물부문의 거품을 조장할 수있다는데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8월말 기준으로 주요 금융기관의 수신 가운데 만기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을 포함한 단기수신액이 440조원에 달하고 전체 수신에서 단기수신의 비중이 52.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기업대출 잔액을 추월하는등 생산현장으로 흘러가야 할 시중의 돈이 단기이윤을 쫓아 부동산 등으로 떠돌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통위는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확신만 선다면 지체없이 금리를올려 시중자금 흐름의 왜곡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 경기회복 속도가 금리인상의 최대 관건 한은은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 하반기 4.5%로 연간 3.8%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월까지의 실적과 8월의 흐름을 살펴본 결과 하반기 4.5%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으나 8월의 추계치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회복속도가 미약한데다 고유가와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 등 불안정 요소들을 충분히 극복할 만큼 회복세가 탄탄한지에대한 확신도 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두달 정도 경기흐름을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성장세가 본궤도에 접어들었다는확신을 금통위가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와 달리 경기순환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경기상승세가단기간에 그치고 곧 바로 하강세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경기가 화끈하게 살아나면서 내년이후부터 경기과열을 걱정해야 한다면 당장 다음달중에 콜금리 인상이 단행되겠지만 현재의 경기회복 속도를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승 총재가 강한 톤으로 "다음달중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도있다"고 밝힌 것은 시장에 금리상승에 미리 대비하도록 촉구하는 인상이 느껴진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금통위 입장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콜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너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의도야 무엇이건, 금통위가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식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는 시기만 문제일 뿐 콜금리 인상이 대세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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