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라이프/플라자] 대입원서도 인터넷 접수를

지난해에도 유 군은 특차부터 전문대 입시까지 모두 13군데에 원서를 냈다. 서울에 두군데, 나머지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 유군은 작년 이맘때 쯤 원서를 들고 전국을 오가며 100만원을 넘게 썼다. 차비·숙박비·원서대금·전형료 등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면접시험 때문에 학교를 찾아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원서를 사러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원서를 쓰고 접수하러 또 내려가는 불편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순수하게 원서구입 및 접수에 들인 비용만도 40만원에 이른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이런 고역을 또 한 번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업 입사 경쟁률은 대학입시 못지 않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대부분 입사원서를 인터넷으로 받는 추세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 접수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들어선 종이원서를 받는 곳이 드물어졌다. 인터넷으로 접수하지 않는 기업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으로 인식될 정도다. 사실 인터넷 접수는 기업과 수험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수천장씩 쌓인 원서를 일일이 분류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지원자는 본사를 찾아 원서를 받고 신청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시스템이 왜 대학입시에는 적용되지 못할까. 한마디로 대학과 교육부의 서비스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수를 안한다고 해서 당장 아쉬울 것은 없다는 「그대로주의」다. 사실 올해 인터넷 입시원서 접수를 추진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대학 연합체도 아니고, 입시문제를 총괄하는 교육부도 아니다. ㈜유웨이라는 민간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대학입시 원서를 인터넷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PC방 등에서 원서를 내게 하고, 첨부 서류는 스캐너로 읽어들이는 방법이다. 7,000원의 수수료를 유웨이에 내더라도 접수비용이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유웨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부분의 대학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선뜻 응하는 대학은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각 대학은 다른 학교의 눈치만 보고 있고, 교육부는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360여개 대학중 인터넷 접수를 하기로 결정한 대학은 40여개. 9개중 하나 꼴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은 14개 뿐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인터넷 접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각 대학에 접수된 원서는 모두 328만장. 원서 1장당 평균 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따라서 「대학 자율에 맡기는」데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1,300억원이 넘는다. 해마다 겨울이 가까와지면 인쇄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달력·카드·원서·홍보자료 등 최고급 용지의 전면 컬러 인쇄물의 주문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달력이야 일년동안 사용하는 것이고 카드는 한해의 정을 나누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원서와 홍보물들은 그 순간만 지나면 고스란히 폐지가 되는 것들이다. 올 겨울에도 수십만명의 수험생들이 원서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다. 그 때문에 수만그루의 펄프용 원목이 잘려나간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부가 「자발적으로」 그 수고와 낭비를 덜어줄 날은 언제일까. 이진우기자MALI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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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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