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내각 과제는 안정 속의 개혁

노무현 정부가 27일 교육부총리를 제외한 조각명단을 발표했다. 개혁성향ㆍ연경화(年輕化)ㆍ여성중시가 특히 두드러진다. 개혁 대통령에 안정 총리, 개혁 장관에 안정 차관이라는 조각구도가 일찍이 표명되기는 했지만 상당수 부처에서 그 이상으로 파격적인 인선이다. 그러나 경제부처 장관 기용에선 안정을 배려한 흔적도 있다. 개혁과 안정은 대립과 갈등의 관계이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다. 안정이 없이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양자가 조화를 이뤄야 할 이유다. 이번 조각에서 경제부처의 경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 산자부장관에 윤진식 재경부차관, 기획예산처장관에 박봉흠차관이 기용되는 등 관료출신이 승진 기용됐다. 경제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개혁의 입안은 주로 대통령 비서실의 개혁성향의 학자 출신인 이정우 정책실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행부서인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의 원만한 정책조율이 긴요해졌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의 정책실장은 국정과제에 따라 팀제로 운영될 전망이어서 전반적인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팀장으로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에게 책임과 함께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경제부처와는 달리 사회ㆍ문화부처에는 의외의 인물이 다수 기용됐다. 그 중에서도 법무장관에 여성인 강금실 민변부회장이 기용된 것은 큰 의미가 함축된 파격이라고 하겠다. 법조계는 아직도 서열주의가 완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사법시험 후배출신이 상관이 되면 선배들이 일제히 옷을 벗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 조직에 40대의 여성 장관이 기용된 것은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 재조정과 법무부의 정치개입 배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나이나 서열 보다는 능력과 자질을 우선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그 점에서 강법무장관의 기용은 충격요법의 성격을 지닌다. 여성법무장관의 기용은 내각에서의 우먼파워의 증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무현 정부의 조각에서 기용된 여성각료는 4명으로 이는 역대 내각 중 최다 기록이다. 구색용 여성기용이 아니라 법무부와 같은 권력부처에 여성을 앉혔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윤영관 외교통일부 장관은 인수위시절 대미특사로 참가했다가 `북한핵 선택론`이라는 구설수를 일으킨 점이 지적된다. 외교부장관은 외교정책의 사령탑이다. 언행의 신중함은 물론이고, 고도의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장관 임명자들의 자질과 능력은 국회와 언론을 통해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같은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사전 검증이 이뤄졌기를 바란다. 또 앞으로 차관인사에서 장관의 개혁성향을 보완해 안정 속의 개혁에 성공하길 바란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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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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