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해결사」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채권자를 대신해서 빚 독촉을 하고 빚을 받아주는 해결사 회사가 곧 등장한다고 한다. 계약을 바탕으로 한 신용거래는 멀어지고 폭력수단을 앞세운 해결사 시대가 오는 것같아 벌써부터 살벌한 분위기를 예감하게 된다.재정경제원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 자본금 30억원만 있으면 누구나 채권추심전문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신용카드 연체대금·부도어음·사채 등 금융기관이나 개인의 부실채권을 대신 받아준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하고 독촉하며 소송과 경매도 대행할 수 있다.
또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개인별 금융기관 이용실적, 이용카드, 연간소득 등 신용조사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채권추심전문회사란 이름이 점잖을 뿐이지 실제로는 빚 받아주는 해결사 회사다.
금융기관 부실채권정리 전담기구가 은행빚 해결사라면 채권추심전문회사는 개인빚 해결사인 셈이다.
정부가 빚해결사 회사를 허용해야 할 만큼 험상스러워졌는지, 신용이 무너진 사회를 먼저 한탄해야 하겠지만 법으로까지 빚해결사를 보장해준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앞으로 법률개정안이 확정되면 해결사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하다. 이들 회사가 채권회수 대행을 하는 데는 협박과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지금도 불법적인 해결사가 없지 않다. 합법적 방법보다는 물리적 수단을 앞세워 빚을 받아내고 정당한 대가 이상의 「해결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채권자나 채무자가 함께 입는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 등 폭력조직이 고리대금업과 해결사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이같은 행위를 법으로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개인간의 채권·채무관계는 사계약이다. 사계약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합법을 가장한 폭력조직의 활로를 열어주는 꼴이다.
빚이 얼마일때 또 몇 개월 연체일때 개입할 수 있는지 기준이 없어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도 높다. 사생활의 비밀이 해결사 조직에 노출되는 것도 악용의 소지가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신과 마찰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현행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개인간의 문제를 굳이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다. 신용사회 정착도 저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