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08 디트로이트 모터쇼] <인터뷰> 릭 왜고너 GM 회장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100년 車명가 가치 높일것"



‘100년 명가(名家)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는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 GM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릭 왜고너(사진ㆍ55) 회장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났다. 그는 역대 GM회장 중 가장 혹독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GM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자랑했지만 과도한 인건비와 생산성 저하로 2005년과 2006년 1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비교적 젊은 최고경영자(CEO)인 이 남자는 현재까지 3만4,0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고 북미지역 12개 공장을 폐쇄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 릭 왜고너 회장은 그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듯 기자들의 질문에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가끔 손짓과 농담을 섞었지만 항상 낮은 음성을 유지하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기업의 가치를 높입니다.” 왜고너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자동차 기업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노사협상을 이룬 직후 GM의 주가가 48달러까지 치솟았다”며 “역사적인 협상을 통해 GM은 향후 3~4년간 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과 함께 기존의 비효율적인 비용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GM은 지난해 UAW와 과도한 지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던 연금보험제도 개혁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왜고너 회장은 “노조와 합의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됨으로써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노사관계는 분명 개선되고 있으며 결국 노사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경제사정은 왜고너 회장이 추진하는 ‘명가 재건’에 매우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소비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왜고너 회장은 이에 대해 “소비가 침체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걱정은 소비침체가 미국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며 상반기에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에 회복되거나 혹은 하반기까지도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는 GM. 왜고너 회장이 예상하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100년은 어떨까. 그는 “100년 이후까지는 너무 멀고 20년 정도 후를 생각하면 크게 2가지가 달라질 것”이라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크게 떨어지고, 중국ㆍ인도ㆍ러시아ㆍ중동 등 신흥시장의 성장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10~20년 안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개발되고, 이머징마켓이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왜고너 회장은 지난 13일 보도발표회에서 밝혔듯 에탄올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에너지라고 확신했다. 그는 “석유의존도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에탄올 연료를 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배터리를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10~15년 안에 나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체에너지는 생산과 유통이 손쉽고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이 적은 에탄올”이라며 “에탄올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GM은 지난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왜고너 회장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시장에 대한 의견도 털어놓았다. 그는 GM대우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현재까지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하기 전에 대우차가 준비 중이던 제품들이 출시됐는데 경쟁력이 부족했다”며 “이제는 GM과 대우차가 공동으로 준비한 신차들이 줄줄이 선보이기 때문에 평가가 좋아지고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왜고너 회장은 또 미국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에 대해 “현대ㆍ기아차는 강력한 경쟁자로 일부 세그먼트에서는 GM이나 도요타 보다도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픽업트럭 등 아직 미국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분야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부문이 확대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해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모터쇼가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전시장을 둘러보지 못했다. 분 단위로 쪼개서 진행되는 각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와 회의 때문에 시간이 없었단다. 왜고너 회장은 또 다른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옮기며 수차례 “Thank you”라는 말로 “강력한 파트너 GM대우가 있는 국가”에서 온 기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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